배우 고(故) 김수미와 22년이 넘도록 MBC 장수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 배우들이 한목소리로 고인을 애도했다.
배우 최불암은 후배 김수미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 “참 허망하다”고 25일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는 “최근에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 때문에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는 질문에 (김수미가) ‘괜찮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렇게 떠날 줄은 몰랐다”고 황망해했다.
최불암은 ‘전원일기’에서 주인공 김민재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이 드라마가 처음 방송된 1980년 31세였던 김수미는 극 중 노인 분장을 하고 ‘일용 엄니’ 역을 소화해 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최불암은 “늘 열정이 넘치던 사람이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이어 “김수미씨가 어린 나이에 미모가 뛰어났는데 자기 외모를 내려놓고 성격적인 연기를 해냈다”며 “그 나이에, 그 얼굴로 시골에서 농사짓는 할머니를 구현해냈다는 것은 연기자로서 상당히 우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창의적인 연기력을 가진 배우였다”고 치켜세웠다.
최불암은 고인의 뛰어난 요리 솜씨를 언급하며 “좋은 배우이자 좋은 어머니였다”고도 했다. 그는 “김수미씨는 주변 사람들을 늘 즐겁게 해주려고 애쓰던 싹싹한 후배였다”며 “직접 요리한 음식을 가져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걸 좋아했다. 특히 김치를 잘 담갔는데 묵은지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돌이켰다.
김 회장(최불암)의 가부장적인 장남 김용진 역으로 고인과 오랜 시간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김용건도 연합뉴스를 통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2주 전쯤 전화해서 안부를 물었는데 오히려 저보고 ‘건강을 잘 챙기라’며 제 걱정을 해주던 동생이었다”며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버리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애통해했다.
김용건은 “‘전원일기’ 식구들은 정말 친가족 그 이상의 사이”라며 “수미씨와는 22년 동안 같은 드라마를 찍었고 이후 예능 ‘회장님네 사람들’을 2년 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특히 더 각별한 사이였는데 이런 소식을 듣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가 워낙 많다 보니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며 “후배 임하룡에게 소식을 듣고서도 계속 아니라고 믿고 싶어서 (김수미 휴대전화로) 확인 전화를 계속 걸었다”고 슬퍼했다.
극 중 김 회장의 둘째 아들 용식 역을 소화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슬픔으로 다가온다”고 애도했다. 그는 이날 문체부 기자단을 통해 입장을 내고 “화려한 배우라기보다는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가족처럼 다가오신 분이라 슬픔이 더 크다”며 “후배 배우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신 김수미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마음 깊이 애도한다”고 전했다.
‘전원일기’에서 응삼이 어머니 역으로 출연했던 김영옥도 “(김수미 사망 소식을) 믿을 수가 없어 유튜브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너무 큰 충격”이라고 매체에 토로했다. 그는 “20일 전쯤 통화를 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건강이 괜찮다고 했다. 내가 한 번 가볼까 물었더니 ‘다 나았어, 괜찮아’ 하기에 나중에 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인사도 못 하고 갑자기 가 버리니 마음이 아프다”고 비통해했다.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의 며느리이자 복길 엄마 역으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혜정은 연예매체 OSEN 인터뷰에서 “(김수미)선배님은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신 분”이라면서 “최측근에서 같이 연기를 했던 후배니까 상실감이 크다. 갑자기 그런 일이 있어 (당황스럽고),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수미는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심정지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사인은 ‘고혈당 쇼크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그는 지난 5월 피로 누적으로 건강이 악화돼 성동구 한양대병원에 입원하며 활동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고인의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11시이며,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