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동역회·대표 신국원 교수)가 40주년을 맞았다. 기독교 세계관은 ‘기독교적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며 삶의 자리에서 복음대로 살기 위한 적극적인 운동을 의미한다.
동역회는 25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서 ‘동역회 40년,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침체하는 교회가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길을 모색했다.
동역회는 기독교 대학 건립을 위해 1984년 시작된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와 기독교적 관점에서 제반 학문을 연구하고자 같은 해 조직된 기독교학문연구회가 2009년 5월 통합하면서 출범했다. 그동안 ‘기독교학문연구회’와 학술지 ‘신앙과 학문’, 기관지 ‘신앙과 삶’, 전국 주요 대학원생 기독교세계관 북클럽 운영 등의 활동을 통해 기독교 지성사에 큰 기여를 해왔다.
세미나에서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발표가 이어졌다.
양승훈 에스와티니기독의대 총장과 양성만(우석대) 장수영(포항공대) 교수가 동역회가 걸어온 길을, 박진규(서울여대) 이민경(고신대) 교수가 동역회의 과제를 제안했다. 패널토의에는 김정일 예수비전교회 목사와 서나영 백석대 교수가 참여했다.
첫 발표자인 양승훈 총장은 에스와티니에서 줌(zoom)을 통해 참석자들을 만났다.
양 총장은 “세계관 운동은 대학원 학생들이나 젊은 교수들의 학문 운동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운동의 외연이 크게 확장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모든 학문 분야에 대한 기독교적 조망이 가능하고 또한 가능해야 한다는 그리스도인 학자들의 학문적 소명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자들이 학교나 직장, 가정, 사회, 교회에서 어떻게 살아할 것이냐는 문제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했고 양적으로 성장하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경적 기초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장수영 교수는 “동역회는 ‘통섭’을 향한 기독교 학문 운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그리스도인 학자라면 더 큰 꿈을 가져야 하는데 솔로몬이 구했던 지혜, 곧 세상의 난제와 씨름할 수 있는 통찰을 이 땅의 그리스도인 학자들 모두가 주께 구하는 바람을 품어본다”고 전했다.
동역회 활동의 미래를 진단한 박진규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젊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렇다 할 대안이 못되며 그들의 암울한 현실에 설득력 있는 복음주의적 해법을 제공하지 못하는데 심지어 이 용어가 특정 진영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도구로 오염됐다”면서 “동역회가 나아갈 길은 현재의 특수성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맥락에 따라 진리의 적용과 실천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지성과 달라진 맥락을 깊게 이해하려는 수고, 변화한 맥락 속에서 지속될 것과 달라질 것을 분별하는 지혜, 포기할 것과 받아들일 걸 존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개회예배에서 설교한 송태근 목사도 ‘중용’을 강조했다. 송 목사는 “신학자들이 세상 분란에 휩싸이지 말고 한국교회를 푸르고 건강하게 만드는 생태계 변화의 중심에 서라”고 주문했다.
신국원 교수는 “동역회 40주년은 결국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말로만 신앙인이 아니라 삶이 변화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음을 체화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면서 “앞으로도 하나님의 왕권을 이 땅에 실현하는 데 동역회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