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밀’을 아시나요…제네시스 챔피언십 2라운드서 공동 11위

입력 2024-10-25 15:53 수정 2024-10-25 19:23
,정한밀. KPGA

“저 정말 우승하고 싶어요.”

‘무명’ 정한밀(33·공감네트웍스)의 간절한 바램이다. 정한밀은 골프팬들 사이에서 생소한 이름이다. 2017년 KPGA투어에 데뷔, 올해로 7년차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 우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역대 최고 성적은 올 KPGA 군산CC 오픈 2위다.

그런 그가 DP월드투어와 KPGA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사고를 칠 태세다. 그는 25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보기 4개에 버디 9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를 기록한 정한밀은 공동 11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120명의 출전 선수 중 30명이 출전한 KPGA투어 소속 선수 중에서는 최고 순위다.

정한밀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왜냐면 이 코스에서 열린 앞선 8차례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컷 통과에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KPGA투어 단독 주관으로 열렸던 2018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때는 2라운드까지 5타 차 단독 선두였으나 3, 4라운드 부진으로 공동 4위로 대회를 마감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날은 속된 표현으로 퍼트에 그분이 왔다. 10m 이상의 먼거리 퍼트가 버디 퍼트이건 파세이브 퍼트이건 가리지 않고 쏙쏙 들어갔다. 이 코스에서의 좋은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예전에 쓰던 퍼터를 들고 나왔는데 그것이 효과를 본 것.

정한밀은 “일단 이 대회 코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자신 있다”라며 “오늘은 먼거리 퍼트가 잘 됐다. 샷이 조금 불안하긴 했는데 10m 이상 퍼트가 다 들어가면서 버디를 비롯해 파 세이브가 여러 번 나왔다”고 선전 원동력을 설명했다.

그가 페어웨이가 벤트크라스인 잭니클라우스GC를 좋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KPGA투어 데뷔 전에 해외 투어에서 눈물 젖은 ‘노마드’ 시절을 겪은 경험이 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한밀. KPGA

정한밀은 18세 때 필리핀으로 이민을 가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2012년 KPGA 프로 자격 획득 후 PGA투어를 목표로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했다. 2015년에는 PGA투어 차이나 시드를 얻어 중국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올 시즌 제네시스 포인트 랭킹과 상금 순위 27위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비결은 다름아닌 ‘무심 타법’이다. 정한밀은 “욕심을 내지 않고 있다”라며 “그동안은 경기하면서 욕심을 좀 냈는데 욕심을 버리니까 경기가 잘 풀린다“고 했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30위 이내에 드는 것이었다. 일단 그 목표는 이뤘다. 뿐만 아니다. 남은 이틀간의 경기 결과에 따라 대박도 가능하다.

정한밀은 “아직 투어 첫 승이 없다. 우승해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을 획득하고 싶다.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다”면서 “저 진짜 우승하고 싶어요”라고 웃으며 소리를 쳤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DP월드투어와 KPGA투어 시드 2년, PGA투어와 DP월드투어 공동 주관의 내년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 출전권, 제네시스 차량을 부상으로 제공한다.

송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