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불발된 투자신고서 들고 투자 다각화?”…제주도 성과 부풀리기 ‘논란’

입력 2024-10-25 15:24 수정 2024-10-25 17:05
제주도청사 전경.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성과 부풀리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처가 다각화되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관련 투자는 이미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제주도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은 오히려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24일 ‘제주 외국인직접투자 판도 바뀐다’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과거 중화권 국가 중심에서 최근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투자가 재편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그 근거로 2018~2021년에는 제주도의 외국인 직접투자액 중 중화권 비중이 평균 90.7%를 차지했지만, 2022년 미국 기업의 투자신고액이 당해 총 투자신고액의 41.5%로 급증하며 같은 해 중화권 비율(5.7%)을 크게 앞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한 유럽 기업의 투자신고액이 그 해 총투자신고액의 80.8%를 차지하는 등 제주도가 새로운 주력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 분야가 과거 부동산 개발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성장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번 보도자료는 앞서 23일 제주도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오영훈 제주지사가 제주도의 외국인 투자가 2022년 이후 여러 나라로 확대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오 지사는 “제주도가 어느 나라(중국)에 팔려나간다는 유언비어까지 있었지만, 외국인 소유 토지 비율은 1.2%에 불과하다”며 “외국인 직접 투자도 2022년에 미국이 가장 많았고, 2023년도엔 EU였다. 투자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제주도가 투자 구도 재편의 신호탄으로 제시한 2022년 미국 기업 투자는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4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투자된 금액은 없는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불발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했다.

해당 기업의 주력 업종은 부동산 개발업이었다. 사업계획서는 확인이 어렵지만 국가만 다를 뿐 기존 도민사회에 논란이 컸던 대규모 개발사업과 범위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제주에 투자를 신고한 유럽 기업은 추자도 해상에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중인 노르웨이 국영종합에너지기업 에퀴노르다. 투자신고액은 4000만 달러이며, 이 중 일부 투자금이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공주도 풍력개발사업 의견 청취’를 공고함에 따라 사업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사실상 노르웨이 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자 구조의 판도가 바뀌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반면 지난해 제주도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총액은 5100만 달러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았다. 에퀴노르 국영기업을 제외하고는 중화권에서 900만 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게 전부다.

이 같은 금액 역시 해당 기업이 투자하겠다고 신고한 금액일 뿐 실제 투자 여부는 알 수 없다. 2022년의 경우 10억8600만 달러가 신고됐지만, 미국 기업을 포함해 현재 확인된 것만 10억2200만 달러 투자 계획이 불발됐다. 전체의 94%다. 제주도는 이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보도자료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한 도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자체는 집계된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면 되는 것”이라며 “성과 부풀리기는 본연의 업무보다 다른 곳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행정 신뢰를 스스로 깨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