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신천지, 기성교회와 MOU 맺었다며 홍보…믿을 만한가?

입력 2024-10-25 13:03
두 사람이 업무협약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AI 이미지. Canva(캔바) 제작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이만희 교주)가 최근 자신들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기성교회 숫자가 늘고 있다며 연일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단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통교단 범주에서 벗어난 유명무실한 군소 교단이거나 비인가 신학교 출신 목회자들이라며 신천지의 주장을 일축한다. 나아가 신천지의 포교에 노출된 열악한 환경의 목회자들을 향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주문했다.

25일 교계에 따르면 최근 지역·인터넷 언론 등에 신천지가 장로교의 한 교회와 말씀 교류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식의 기사가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주류 언론사 산하의 한 스포츠전문지는 부산의 신천지 지파가 한 장로교 교회와 성경 말씀 교류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며 “국내·외 기성 교단 목회자들이 신천지예수교회의 말씀을 인정했다”거나 “간판까지 ‘신천지예수교회 증거장막성전’으로 교체하는 교회도 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는 식의 신천지 입장에서만 확대 해석한 내용을 보도했다. 또 다른 인터넷 언론은 교인 수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자 신천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경기도 파주시의 한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교회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 기사에는 교회 간판을 ‘신천지예수교회’로 바꿔 단 기성교회 수가 수백 건에 이르며 이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신천지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았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라 불리는 정통교단만 수백 곳에 이르는 현실에서 정확히 어떤 교단인지, 어느 신학교 출신 목회자가 회심한 건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단 전문가들이 신천지의 주장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는 이유다.

또 전문가들은 신천지가 자신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내세운 기성교회 목회자들 대부분 정규 신학교 과정을 밟지 않거나 몇몇 개인이 만든 군소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아 정상적인 교회 운영이 어려운 이들이라며 그 의미를 일축한다. 신천지가 목회 여건이 어려운 이들에게 교묘히 다가가고 있다는 취지다.

임웅기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광주이단상담소장은 “최근 신천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기성교회 목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70세 때 비인가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해 군소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교회를 개척했지만, 자신의 설교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더라”며 “그러던 차에 신천지 신도들이 접근해서 자신의 설교를 들어주니까 거기에 점점 빠져들게 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문제에 타협해 이단과 손잡은 이들을 기본적인 목회자 소양을 갖췄다고 보기엔 어렵다”며 “목회자로서 신학과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과거 신천지 교육장을 역임했다 회심한 신현욱 구리이단상담소장도 “제대로 목회를 하거나 신학을 공부해 넘어간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신천지는 그런 이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마치 기성교회가 자신들한테 몰려오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천지는 이 같은 업무협약의 목적이 기성교회와 신천지 간 상호 협력을 강화해나가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단 전문가들은 결국 신천지가 자신들의 교리가 옳았다는 식으로 호도, 왜곡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고 재반박한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주로 국외에서 진행됐던, 전 세계가 신천지로 몰려올 것이라는 신천지의 이단 교리를 국내에도 적용하며 내부 신도들을 결속하려는 고도의 ‘이미지 메이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사례를 통해 한국교회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소장은 “검증되지 않은 신학교와 교단이 계속해서 난립함에도 이를 제재할 길이 마땅히 없다 보니 발생한 하나의 병리 현상이다”며 “한국교회가 통째로 매도되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연합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도 “한국교회가 교단과 노회 차원에서 신천지의 포교에 쉽게 노출된 군소교회 목회자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탁 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교회의 내외적인 문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종교개혁 507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기본으로 돌아가고, 신앙의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일에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