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지난달 국회 현안질의 출석 이후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충격에 입원했다고 발언하자 국회의원들이 반발했다.
정 회장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이 거세게 일던 지난달 24일 진행된 국회 현안질의에도 증인으로 나선 바 있다.
당시 정 회장과 함께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집중 추궁을 받은 이임생 기술이사는 현안질의 이후 입원해 이날 국정감사에 나오지 못했다. 현안질의 당시 이 기술이사는 “내 명예가 달린 일”이라고 울먹이며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기술이사의 상태를 묻자 정 회장은 “현안질의 뒤 정신적 쇼크로 입원했다”며 “지난주 퇴원했다. 조만간 (기술이사직) 사퇴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 회장은 “이 기술이사가 쇼크로 우울증이 왔다. 그래서 입원했다. 마음이 상당히 여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 의원은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렇게 마음 여린 분이 절차를 어긴 행동을 했다는 게 이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체위 위원장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리가 현안질의에서 이 기술이사에게 쇼크에 빠지게 할 정도로 강요했거나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했다는 거냐”고 엄중히 따져 물었다.
전 의원은 “현안질의에서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국민들께 알려지지 않은 내용,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 드러나니까 쇼크를 받은 게 아니냐. 이렇게 보는 게 국민들의 시각일 것”이라면서 “(정 회장 말로는) 마치 마음이 여린 분이 현안 질의의 충격으로 입원했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 회장은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질의를 무겁게 받아들인 것 같다”면서 “모든 사람이 국회 증언대 선다면 무겁고 부담스러운 건 사실인 거 같다”고 해명했다.
축구협회-현산 유착 의혹엔 “도와주려 한 것…사익 없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와 HDC현대산업개발 사이 ‘유착’ 의혹에 대해선 사익을 챙긴 적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축구협회 사유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배 의원은 HDC현대산업개발 소속 직원이 축구협회의 핵심 사업인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설 과정을 주도한다고 지적하며 정 회장이 협회를 통해 사익을 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추궁했다. 이에 정 회장은 건축주인 축구협회에는 건설업에 정통한 인력이 없는 만큼 시공사인 동부건설을 잘 관리하는 ‘노하우’를 전달하려 인력을 파견한 것이라 해명했다.
정 회장은 “우리 현산(HDC현대산업개발) 직원 한 사람이 노하우를 많이 전달해 동부건설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라며 “내 입장에서는 125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최대한 잘 도와주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HDC현대산업개발 소속의 ‘현장소장’ 파견 계약을 통해 협회의 지출을 아끼려 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정 회장은 “건설업계에서는 시행계약이라고 하는데 이걸 축구협회 외부에 용역을 맡기면 건설비의 3, 4%를 줘야 한다. 그러면 30억~40억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배 의원은 문제의 직원이 설계·공정, 예산 관리, 인허가, 서류·기재자 검토 등 사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유·무형의 이익을 취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으나 정 회장은 “(기존 입장을) 정정할 게 없다”고 답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