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전쟁 경험 쌓는 북한, 한국에 ‘큰 장난’ 칠 듯”

입력 2024-10-24 14:28 수정 2024-10-24 15:09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가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전 파병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한반도의 군사 균형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외교 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FP)는 23일(현지 시각)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왜 중요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북한 병력의 전투 능력에 의문이 있기는 하지만 파병은 2년 넘게 우크라이나전의 수렁에 빠져 있는 러시아를 구하는 동시에 한반도의 군사 균형도 바꿔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FP는 1만명 안팎의 북한군이 러시아 편에서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된 것은 긴장이 첨예하게 고조되는 일일 뿐 아니라 수세대 만에 벌어진 유럽 최대 전쟁의 국제화를 의미한다고 봤다. 이번 일이 유럽과 동북아시아 긴장 지역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FP의 해석이다.

FP는 한국 정보 당국의 설명을 인용, 징집병이나 죄수로 이뤄진 러시아 병력과 달리 북한군이 최정예 특수 부대 소속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러시아어로 지휘를 받는 과정에서 소통에 차질을 빚는 등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더라도 침투 작전에 뛰어난 역량을 갖춘 만큼 단순 총알받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FP는 북한이 러시아에 단순 무기 지원이 아닌 실제 병력을 보내는 것은 러-북 관계의 속성이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은 경제·군사적 측면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고 그동안 절실했던 현대전에 대한 직접 전투 경험까지 얻어 한반도에서 더 큰 장난(mischief)을 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레이철 민영 리 선임 연구원은 FP에 “무기를 보내는 것과 자국민을 전장에 파병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투자이므로 더 큰 대가가 예상된다”라면서 내달 대선에서 선출될 새 미국 대통령이 러-우전을 끝내려 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착수금 없이 병력을 보냈다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개입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행동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 정부가 전장에서 북한 병사가 포로로 잡힐 경우 우크라이나 심문을 도울 통역관 파견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 경우 쿠르스크 전선은 남-북 간 대리전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 FP의 시각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