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장악한 ‘국제 e스포츠 표준’… 강유정 “문체부, 손 놓고 수수방관”

입력 2024-10-24 13:58 수정 2024-10-24 19:32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e스포츠 표준 제안서’를 일찍이 제출하며 국제 표준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손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해 “문체부에선 4년 전부터 국제 e스포츠 표준화 관련해서 신경 쓰겠다고 약속했는데 중국 입맛대로 흘러가는데도 수수방관 중”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중국은 올 1월 ISO 기술위원회 83(TC83)에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했고 지난 5월 6일엔 TC83 소속 35개국은 투표를 거쳐 중국의 제안서를 채택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제안서의 내용을 추가해 최종 표준안을 작성하는 실무그룹인 ‘WG12(Working Group12)’를 일찌감치 만들고 해당 그룹의 의장(컨비너)을 맡는 것까지 인준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중국이 e스포츠 국제표준 제정을 주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ISO 기술위원회에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하고 e스포츠와 관련 없는 위원회를 선택해 새로운 실무 그룹을 만들어 의장 자리까지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표준안 작성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올해 4월엔 한 중국 대형 e스포츠 기업의 자회사 소속 한국지사장이 이 사안 관련해 자신을 추천하여 한국 국가기술표준원에 전문가로 등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한국 지사장은 국적만 한국인이지, 월급 받는 데가 중국인데도 우리 쪽 전문가로 등록이 돼 있다. 게다가 스스로 본인을 전문가로 등록했다”며 “우리 의원실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국가기술표준원은 문체부와 함께 대응 협의체를 만들었다. 근데 몇몇 제보에 따르면 한국이사장이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ISO 표준화 과정에서 각 국의 전문가는 표준화 초안 작성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ISO는 기축통화와 비슷한 거다. 아시안게임이나 e스포츠 월드컵(EWC) 등과 같은 국제대회가 열리면 이 표준화를 삼아서 모든 대회가 진행된다. 운영, 선수 관리 등이 다 중국 주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e스포츠에 있어 문체부는 대한민국의 문체부인지, 중국의 문체부인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우리도 독자적인 ISO의 국제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만들어야 병합 심사라도 된다. 향후 대응 계획 아주 구체적으로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 장관은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정리해서 추후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