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노숙자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이 아니니 적극적으로 응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다른 손님이 불편해할까 가게에서 나가라고 할 수도 있겠죠. 특히 비가 오는 날 온몸이 젖어 가게에 들어온 노숙자를 반가워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가게에 들어온 노숙자를 내쫓지 않고 오히려 뒤쫓아가 다시 가게로 데려온 사장님이 있습니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A씨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22일은 온종일 비가 오던 날이었습니다. A씨도 빗소리를 들으며 감상에 빠져있었죠. 손님이 없는 한가한 오후, 흰 수염이 덥수룩한 손님이 가게로 들어왔습니다. 온몸이 비에 젖어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A씨는 한눈에 노숙자라는 걸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A씨는 손님을 내쫓지 않았습니다. 겨울옷 가격을 묻는 손님을 친절하게 응대했죠. 그렇게 잠깐의 대화가 끝난 후 손님은 매장을 떠났습니다.
손님을 배웅하던 A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신발을 신지 않아 물에 젖은 발이 하얗게 퉁퉁 불어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맨발로 다닌 것처럼 발에 상처도 많았습니다. A씨는 그 발을 본 순간 손님을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가 와 미끄러운 데다가 찬 맨바닥을 맨발로 계속 다니게 할 수는 없었죠.
A씨의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나가는 손님을 쫓아 나가 옆 골목에 들어가는 손님을 붙잡고 발 치수를 물었습니다. 그리곤 맞는 신발을 드리겠다며 함께 매장으로 돌아왔죠. 그런데 발이 빗물에 젖어 신발이 도무지 안 들어가는 겁니다. A씨는 우선 양말을 신겨 드리고 신발을 드렸습니다. 손님은 따뜻한 발로 매장을 떠나며 “고맙다”고 두 번이나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실 지금 A씨의 가게도 장사가 아주 잘 되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A씨는 “아마 그 상황을 외면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예요. 제가 충분히 해드릴 수 있었던 일이고 그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그 날을 회상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A씨의 선행을 두고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분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하는 정말 큰 빛 한줄기였을 것 같습니다. 금전적인 것보다 그런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이라 정말 멋지고 대단하세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