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다” 北 확성기 소음에 김동연 “당장 방음 공사”

입력 2024-10-24 08:32 수정 2024-10-24 09:39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시간 끌지 말고, 당장 내일이라도 공사를 해서 최단기에 마무리하라”고 배석한 공무원에게 지시했다.

김 지사는 23일 파주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그리브스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 파주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절규에 즉석에서 대책을 내놓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 지사는 남북 접경지대의 군사 긴장 고조로 나날이 심각해지는 주민 피해 실상을 청취하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대성동 마을 주민들과 긴급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김 지사는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후 곧바로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세 가지 방안을 지시했다. 방음 새시를 대성동 마을 51가구에 설치-방음창, 방음문을 만들 것, 건강검진 차량과 ‘마음안심버스’(트라우마 검사 및 진료용) 2대를 바로 투입해 주민들 ‘마음의 병’과 난청 등을 치유해 드릴 것, 탄현 영어마을에 주민 쉼터와 임시 숙소(그래도 힘든 주민 대상)를 마련할 것 등이다.

간담회에서 주민들은 겪고 있는 고통을 절절히 호소했다.

한 주민은 “이러다가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전쟁 나는 줄 알았어요. ‘꽈광’하고 시작해서 밤에는 짐승 소리, 굉음 소리...고통스러운 암흑세계예요. 잠을 한숨도 못 자고...”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주민은 “귀마개를 20일 하니까 염증이 생기더라고요. 염증은 소리 안 들으면 낫겠지만, 마음의 상처가 스트레스가 돼서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집안) 입구만 들어서면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열이 오르고, 귀에서 ‘웅웅’ 환청이 들리고, 이게 사는 거냐고요”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머리가 아주 터져나가고 뒷골이 뻣뻣해진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너무 아프니까 울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토하고, 눈이 거의 20일째 퉁퉁 부었다” 등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 호소는 눈물겨웠다.

간담회 도중 ‘우리 좀 안아주세요’라며 위로를 요청한 주민을 김 지사는 꼭 얼싸안아 주기도 했다.

간담회에 함께 한 민통선 지역의 장단면 통일촌과 해마루촌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북한 포병사단의 사격 준비 태세로 굉장한 불안감을 느낀다”며 강력한 조치를 요청했다.

김 지사는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에게 “파주시청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해 상주하면서 특별사법경찰관들을 진두지휘해 오늘처럼 현장에서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 “튼튼한 안보를 중심으로 하되, 북한과 대화와 타협을 하면서 전단 날리는 것은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대북 관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정부를 향해서도 비판을 날을 세웠다. 이어 “경기도는 이를 계속 비판해 왔지만, 앞으로도 중앙정부에 제 의견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특히 대북전단지를 북한으로 보내지 못하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건의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의 현장 지시에 주민들은 “무거운 마음이 내려앉는 것 같다” “너무 감사하고 응어리가 풀어지는 것 같다” “말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등 반응을 보였다.

앞서 도는 지난 15일 파주·김포시, 연천군 등 3개 시·군 내 11곳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대북전단 살포를 사전 차단하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가 위험구역에 출입하거나 그 밖의 금지 명령 또는 제한 명령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