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은 마르틴 루터(1483~1546)가 독일 비텐베르크대학 교회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이며 종교개혁의 불을 댕긴 지 507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종교개혁일은 그 역사적 무게감을 체감하기 어려운 날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에겐 종교개혁일보다 핼러윈(halloween) 데이가 더 익숙하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잘못 쌓아올린 채 휘두르던 권력을 지적하며 사회 개혁으로까지 물길을 냈던 종교개혁의 정신을 한국교회의 다음세대가 그들의 언어와 행동양식으로 곱씹어 볼 순 없을까.
문화사역 전문가들은 “2주기를 맞은 핼러윈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아 과거에 비해 관련 행사 마케팅이 활발하지 않은 지금이 오히려 종교개혁의 본질을 다음세대의 관심 분야와 연결지어 경험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한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잘파세대에게 익숙한 문화 콘텐츠는 가장 활용도가 높은 도구로 꼽힌다. 영화 ‘아버지의 마음’ ‘부활: 그 증거’ 등을 제작한 김상철 파이오니아21연구소장은 23일 “문화콘텐츠는 가정, 사회, 이웃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경험할 수 있는 도구인 동시에 작품에 내포된 의미를 나누기에도 용이하다”며 “청년 공동체가 이를 활용해 은혜와 믿음에 대한 대화를 나눠본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인증 챌린지가 일상화된 세대인 만큼 종교개혁과 연관된 성경 읽기, 성경 필사를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좋다. 임동규 청현재이 말씀그라피선교회 대표는 “성경을 읊조리며 손으로 쓰는 과정은 단순히 문자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감정과 세계관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기 때문에 각인효과도 크다”며 “잘 가다듬어진 필체가 아니더라도 손글씨가 갖는 진정성의 힘은 놀랍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개혁 주간에 필사해볼만한 구절로 히브리서 4장 12절, 요한복음 1장 1절, 시편 119편 105절을 추천했다.
문화적 소비의 날로 여겨지는 핼러윈 대신 가치 소비에 방점을 찍고 종교개혁 기념 ‘갓생(God 生) 살기’ 챌린지에 동참해보는 방법도 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환경 문제, 사회적 정의에 관심이 높은 잘파세대들의 특성을 살려 조깅이나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나 ‘일회용품 적게 쓰기’,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보고 공동체 형편에 맞게 사랑을 전하는 활동을 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종교개혁 주간에 열리는 청소년, 청년 집회에 참석해볼 수도 있다. 31일에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교사와 청소년들이 모여 서울 강북구 신일고에서 기독학생대회 ‘홀리윈(holy win) 데이’를 개최한다. ‘스쿨처치임팩트’ ‘학교기도불씨운동’ ‘네임리스’ ‘스탠드그라운드’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 등 청소년들의 신앙 모판을 양육해온 단체들이 공동주최한다.
최관하 스쿨처치임팩트 대표는 “다음세대들이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기억하고 하나님이 예비하신 다음세대를 통해 세상이 변화될 수 있다는 소망을 가슴에 심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