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정착촌 재건’ 압박… “가자지구 전체에 유대인 정착해야”

입력 2024-10-23 15:28 수정 2024-10-23 15:33
이스라엘 정착촌 활동가들이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 부근에서 정착촌 촉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유대교 명절인 수코트(초막절)에 사용되는 임시 움막인 '수카'를 설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재건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국제사회는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정착촌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극우 세력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백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이날 가자지구 동부 국경 지역에서 유대교 명절인 수코트(초막절)를 기념하며 정착촌 재건 촉구 행사를 열었다. 유대인의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수코트는 16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다.

이 행사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 소속 의원 10명과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1년간 가자지구 국경 지역에 대한 민간인의 접근을 제한했지만, 이번 행사를 특별히 허용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05년 가자지구에서 모든 정착촌을 철수했지만, 이후 정착촌 재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초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다시 세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극우 세력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극우 정치인들은 “정착촌 재건이야말로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벤 그비르 장관은 이날 행사장에서 “우리가 원한다면 가자지구에 정착할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고, 스모트리치 장관 역시 “유대인 정착촌은 가자지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유대인 정착촌 지도자인 다니엘라 바이스는 “우리의 목적은 가자지구 전체에 정착하는 것”이라며 “일부 지역이나 몇몇 정착촌이 아니라 북쪽에서 남쪽까지 가자지구 전체에 정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참석자들은 “가자지구는 우리 조상들의 땅이며, 다시 정착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몇몇 활동가는 가자지구 접경지에서 캠핑하며 정착촌 건설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착촌 재건을 위해 가자지구 투어 활동에 나선 이들도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에선 ‘가자지구 정착 준비를 위한 컨퍼런스’가 열렸다. 서안지구 내 불법 정착촌 건립에 관여한 극우 유대인 정착민 단체인 ‘나찰라’가 행사를 주도했고,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에서 출발하는 ‘가자 옵서버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극우 성향 유대인의힘 소속 리모르 손 하르 멜렉 의원은 엑스에 행사 홍보 글과 함께 “가자지구는 태고부터 우리 조상들의 재산이며 우리는 다시 정착할 때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착촌 재건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도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이스라엘 국민은 이런 주장에 설득되지 않았으며,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진짜 동기는 실용적인 것이 아니라 종교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가 가자지구 정착촌 재건에 대해 부정적이다. 안보 전문가들도 정착촌 재건이 오히려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야당인 국가통합당의 가디 아이젠코트 의원은 “하마스와의 전쟁 후 1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같다”며 “가자지구 내 정착촌 건설 때문에 우리 아들·딸들이 목숨을 바쳐 희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정착촌 재건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