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법 개정 헛일…광주 공영주차장 얌체주차 여전

입력 2024-10-23 11:03 수정 2024-10-23 14:50

불법적 장기 주차를 막기 위한 주차장법 개정 이후에도 광주지역 무료 공영주차장에서 ‘얌체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0일부터 캠핑카 등의 일명 ‘알박기’ 주차에 대한 이동명령과 견인조치 근거를 담은 개정 주차장법이 시행됐으나 광주시와 5개 자치구 단속·견인조치는 아직 1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주차요금을 받지 않는 노외·노상 주차장과 지자체 설치 부설주차장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1개월 이상 고정 주차할 경우 지자체장이 해당 차량을 강제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광주 도심 곳곳의 공영주차장에는 몇 개월씩 한자리에 장기 주차하거나 해를 넘겨 방치된 캠핑카, 카라반, 캠핑트레일러, 보트 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의 비좁은 주차 공간 대신 아무 제약이 없는 공영주차장에 장기간 캠핑카 등을 세워두는 바람에 다른 이들의 주차를 방해하는 사례가 흔하다는 것이다.

캠핑카 주차 규제가 강화됐으나 관련법 ‘허점’을 악용한 얌체 행위와 배려없는 행동을 바로잡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3~4주 동안 장기 주차를 하고 있다가 1개월이 되기 직전 바로 옆 칸으로 옮기면 단속하기가 어렵다.

언제부터 주차했는지 ‘1개월’ 시한을 엄밀하게 따지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와 각 자치구는 민원이 제기되면 ‘이동 주차’ 계고장을 붙인 뒤 차적 조회를 거쳐 차주에게 통보하고 1개월간 지켜보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법적 ‘틈새’를 노린 이 같은 양심불량 주차에는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예 차적조회가 되지 않는 무적차량도 상당수다.

‘알박기’ 주차가 많은 광주 시민의 숲 주차장은 최소 20~30대의 캠핑카, 캠핑트레일러, 보트 등이 오랫동안 주차장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시민의 숲 1주차장의 경우 80여개 주차면 가운데 10여개면에 캠핑카 등이 버젓이 주차돼 산책과 맨발걷기 등을 위해 이곳을 수시로 찾는 많은 시민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촌동 드론공원 주차장, 치평동 5·18 자유공원, 풍암동 풍암호수공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캠핑족이 해마다 늘면서 캠핑카 알박기가 주택가와 가까운 소공원, 공터 등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곡동 근린공원 주차장에는 다수의 캠핑카가 이따금 주차장소를 옮기는 속칭 ‘메뚜기 주차’를 일삼고 있다.

그런데도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캠핑카 등의 등록 대수조차 구체적으로 집계하지 않는 등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특수자동차’ 범주에 묶어 포괄적으로 통계를 내는 탓에 5년 전인 2019년 4월 기준 캠핑카 90대, 캠핑트레일러 478대라고 등록현황을 파악한 게 고작이다.

광주지역 캠핑카만 최소 1000대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현실과는 동떨어졌다.

자치구 관계자는 “캠핑문화가 확산하면서 캠핑카 장기 주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단호하게 대처하기 힘들다”며 “캠핑족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