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인 바이블] ⑧에큐메니컬 하나님 나라 이해와 평가

입력 2024-10-23 10:38 수정 2024-11-05 20:13

‘하나님의 나라’라는 주제는 예수께서 행하신 지상 사역의 핵심 주제다. 하나님의 나라를 바로 이해하는 것은 선교의 방향 설정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인 하나님 나라 이해와 비교해볼 때 에큐메니컬 진영의 하나님 나라 이해는 다음과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첫째, 하나님 나라의 개인적인 차원보다는 사회 정치적인 차원에 더 많은 강조점을 둔다.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과 하나님께 대한 순종보다는 사회의 잘못된 구조적인 악을 없애는 것에 더 강조점을 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에큐메니컬 하나님 나라 이해는 무력투쟁을 통해서 메시아 왕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녔던 열혈당의 모습과 유사하다.

둘째, 하나님 나라의 초월적 차원과 역사적 차원 중 이 땅 위에 이뤄지는 역사적 차원의 하나님 나라에 강조점을 둔다. 이러한 경향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지나치게 이 땅 위에 실현되는 현상으로 치환하면서 에큐메니컬 하나님 나라는 이 땅 위에서 나타나는 조화로운 사회 질서 정도로 축소된다.

셋째, 하나님 나라의 본질보다 부수적인 현상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의 통치에 순종해 하나님의 다스림으로 이지는 곳이다. 그런데 에큐메니컬적인 하나님 나라 이해는 하나님의 본질인 통치와 순종보다 하나님 나라의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정의 평화 공존 회복 등에 더 방점을 찍는다. 인간이 노력으로 이러한 현상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착각하게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예수의 말씀에 나타난 비유 하나님의 나라는 기본적으로 개인들의 선택, 회개, 하나님의 통치 수용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씨뿌리는 비유, 밭에 감춘 보화의 비유, 값진 진주를 발견한 상인의 비유 등에 나타난 것이 그렇다. 이런 이유로 하나님 나라는 급진적 정치 개혁을 통해 오기보다는 개개인들의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이뤄지는 나라로 설명된다.

예수는 왕이 돼 이스라엘의 가난과 억압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시고 오히려 십자가에 달리셨다. 부활 후 승천하시면서 증인이 될 것을 명하셨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의 투쟁 등으로 이뤄지기보다는 하나님의 선물인 그 나라를 믿음으로 받아들여 하나님의 통치에 기꺼이 순복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뤄진다. 종국적으로는 하나님에 의해 만들어지는 초월적 통치에서 완성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를 종종 잔치와 선물로 묘사하셨다.

그렇다면 교회와 성도는 이러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어떤 방향의 선교를 수행해야 할까. 교회는 다른 사람들도 이 하나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청하는 전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전도야말로 이 세상에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첫번째의 과업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기 위해 겪는 좁은 길도 기쁨으로 걸어갈 수 있는 믿음의 사람들이 돼야 한다. 이 세상에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 하나님 나라의 문화가 실천될 수 있도록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에 따라 사는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안승오 교수는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과 미국 풀러신학대 선교대학원을 마쳤다. 필리핀 선교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과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리=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