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미국 대선에서 사실상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편에 섰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수십 년 간 정치에서 비켜 있던 게이츠가 최근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에 약 5000만달러를 기부했다”며 “공개적으로 해리스를 지지한 적이 없는 게이츠의 이번 기부는 그동안 이런 기부를 멀리해온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기부는 해리스를 지원하는 외부 단체인 ‘퓨처 포워드’에 전달됐다. 해당 단체는 해리스의 주요 지지자인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후원하고 있다. 퓨처 포워드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반대 운동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게이츠는 이날 보도와 관련, NYT에 명시적으로 해리스 지지를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이번 선거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미국과 전세계에서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빈곤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를 지지한다”며 “나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지도자들과 일해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미국인과 전세계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전례 없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게이츠는 지인들과의 사적 통화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등을 칭찬한 반면,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게이츠 재단의 가족 계획 및 글로벌 건강 프로그램 지원이 삭감될 가능성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이츠의 두 자녀인 로리와 피비 게이츠도 이미 민주당 기부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부모가 정치에 대한 기부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독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인 전 부인인 멀린다 역시 지난 7월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NYT는 게이츠 외에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사적으로 해리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인들에게 해리스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이 이기면 재무장관 등을 맡는 걸 고려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먼 회장은 트럼프에 대해서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한 게 결격 사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가 이길 경우 보복에 나설 것을 우려해 정치적 입장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달 초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다이먼 회장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지만, JP모건 측은 곧바로 이를 부인한 바 있다.
한편, 해리스는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개표 완료 전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개표 완료 전 승리를 선언할 경우에 대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선까지 2주가 남았으며 나는 해야 할 일 측면에서 현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대선 날과 대선 이후의 날에 대해서는 (그날이) 다가오는 대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자원과 전문지식은 물론 그 문제에 대한 집중력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되돌리려고 시도한 사람이며 폭도들을 선동해 미국 의사당을 공격했다. 140명의 법 집행관이 공격을 받았고 이중 일부는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뉴햄프셔주 연설에서 트럼프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라며 “우리는 그를 가둬야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