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서 150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1년 전과 비교해 살인 범죄가 50건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살인 사건의 절반가량은 아파트, 다세대·연립주택 등 주거지에서 벌어졌다. 서울 내 사적 공간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경찰청이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한 ‘2023년 5대 범죄 발생 장소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2022년 104건에서 지난해 150건으로 46건 증가했다. 살인 범죄 중 68건(45.3%)은 주거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세대·연립 28건, 아파트 21건, 단독주택 19건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부 우발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주거지 내 살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본다. 특히 가정폭력으로 인한 살인이나 교제하던 연인을 살해하는 경우도 사적 공간 살인 범죄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2015년부터 7년간 공개된 650개의 형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주거지에서 발생한 교제폭력 비율은 75%에 달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살인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동시에 감정적 거리가 멀 때 나타난다”며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의 사람들이 서로 주거지 내에서 갈등을 겪다가 순간적인 감정에 살인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같은 범죄 예방을 위해 ‘빠른 출동과 대응’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재 서울경찰청은 일부 경찰서를 중심으로 관내 아파트 공동현관을 고속도로 요금소의 하이패스처럼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출입 시스템인 ‘폴패스’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다세대 주택 등에는 공동현관문이 없어 폴패스 등록이 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경찰은 시민이 요청하면 특정 지역 일대를 집중 순찰하는 탄력순찰제도 운용하고 있다.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도 순찰 대상 지역에 포함된다. 시민이 관할 지구대 파출소 등에서 구두로 순찰을 요청하면, 해당 장소가 바로 인근 순찰자 내 내비게이션으로 전송된다.
다만 살인 사건이 불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찰 강화가 뚜렷한 해법은 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살인은 한 번 일어나면 그 피해를 복구할 수 없다. 경찰 등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사적 공간 내 살인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 등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의 예후가 보일 경우 긴급임시조치 등을 통해 피해자를 사전에 격리·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살인과 강도, 강간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 사건은 지난해 서울에서 8만6213건 발생했다. 강간과 강제추행이 가장 많이 벌어진 곳은 전철과 지하철(796건)이었다. 절도 사건은 무인상점(2264건)에서 가장 많이 일어났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