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사고 아니라 산업재해였다… 유족, 부실수사 관계자 고소

입력 2024-10-22 17:15
'사천 채석장 사고' 유족이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천경찰서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며 고소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될 뻔하다 뒤늦게 산업재해로 밝혀지며 부실수사 논란을 부른 ‘사천 채석장 사망사고’의 피해자 유족이 경남 사천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을 고소하고 감사를 청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유족은 22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명이 사망한 중대재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책임을 다하지 않은 자들이 여전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의무를 게을리한 사천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고자 고소 및 감사를 청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2일 오전 11시57분쯤 사천 한 채석장에서 SUV 차량이 약 3m 아래로 추락해 운전자 60대 A씨와 동승자 50대 B씨가 숨졌다.

사천 채석장 사고 차량. 연합뉴스

사고를 처음 수사한 사천경찰서는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운전자 과실로 차량이 전복되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석재 등에 머리를 맞아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사망자 유족이 CCTV를 확보한 뒤 발파 작업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하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경남경찰청이 사건을 넘겨받아 재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분석해 이번 사고에서 경남 지역 한 골재업체 발파팀장 40대 C씨의 안전관리가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당시 발파되면서 흩어진 돌에 차량과 피해자들이 강한 충격과 함께 맞았고 그 결과 차량이 추락하면서 외상성 두부 손상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관련법상 발파 작업을 할 때 발파 경고를 하고 위험구역 안에 감시원을 배치해 출입을 금지하는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경찰청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C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B씨의 아내는 “사고 후 사천경찰서에 발파 작업으로 인한 사고였던 점을 밝혀달라고 애원했지만 사고와 발파는 관련이 없다며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 역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려달라는 말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사천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은 지난 9월 19일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지 49일이 지난 후였다.

B씨의 아내는 “이들 모두 처음부터 사명감 없이 사건을 담당해 자칫 진실이 묻힐 뻔했다”며 “사건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민주노총과 유족은 경남경찰청을 찾아 직무유기 등 혐의로 사천경찰서 직원 3명과 고용노동부 진주지청 직원 2명을 고소하고 사천경찰서장과 직원 3명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가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