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로 인해 평생 한 번도 걸어보지 못했지만 끝없는 노력과 신앙의 힘으로 세상의 차별을 극복하고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선 이가 있다. 장애인 선교단체 ‘그레이스랜드’ 대표 최춘애(69) 선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선교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방문했다”며 “그 사이 한국에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최 선교사는 1살이 되던 무렵 소아마비를 앓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당시 사회는 한국전쟁이 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시설도 매우 열악했다. 그는 국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차별을 감내해야 했던 그는 6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하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아 피아노 페달을 밟을 수 없다는 이유로 수업을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갖 울분과 원망, 분노로 가득 차게 됐죠.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바보가 될 것 같아서 18살에 수면제를 먹고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하나님을 이런 저를 끝까지 버리지 않으시더라고요.”
1978년 최 선교사는 가족과 함께 미국 이민을 떠났다. 그가 하나님을 만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의 손에 이끌려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한인교회에 출석했다. 교회 반주자로 섬기면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느끼게 됐고, 장애인 선교사로 남은 삶을 헌신하겠다고 고백했다. 그는 1981년 장애인 선교를 지원하기 위한 피아노 독주회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42년간 장애인 선교 프로젝트를 진행해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교육 지원을 지속해서 확대해 오고 있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충분히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어요. 교육과 지원이 있다면 장애인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믿어요. 제가 수십년간 장애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그들의 자립을 돕는 사역을 이어온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최 선교사는 최근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나는 그날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를 펴냈다. 그녀가 겪었던 고난과 좌절, 차별과 시련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해, 수상자 특전으로 다음 달 25일 예술가에게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그는 “하나님께서 저를 어두운 곳에 머물지 않게 하시고 항상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하셨다”며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온 제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 선교사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포부도 전했다.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케어 홈(Care Home)을 설립하고 싶어요. 제 사역은 단순히 물질적 지원을 넘어, 정신적·영적 지원을 통해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데 있어요.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완수할 때까지 열심히 달리고 싶어요.”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