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종교·정치적 구조와 한국 개신교의 관계를 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2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필원에서 열린 KHN 시사포럼에서 구춘서 한일장신대 명예교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파라독스의 연속”이라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면서도 기독교적 가치를 존중하는 양면성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경 위에 손을 얹고 ‘Help me God’이라고 선서하며, 화폐에는 ‘In God We Trust’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처럼 종교와 정치의 밀접한 연결 고리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포럼은 ‘2024 미국 대선과 한국, 전망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KHN코리아네이버스(이사장 이정익 목사)가 마련했다. 현장에서는 한미 관계와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 총회장 신상범 목사는 축사에서 “미국 대통령의 선출도 결국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선하신 뜻 가운데 이뤄질 것”이라며 “이번 포럼이 한미 관계를 위한 유의미한 대안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경제, 외교, 종교, 유럽 4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발표가 이어졌다. 종교 분야를 맡은 구 교수는 ‘미국 대선이 보여주는 파라독스’에 대해 “선거제도는 계몽주의자들이 하나님의 섭리를 세속화한 민주주의의 일환”이라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동체의 최적의 당선자가 결정되는 구조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체 득표율과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승자독식 제도는 오히려 조화의 섭리를 방해하는 요소”라며 “미국은 기독교인에게 국내 비신자는 물론 세계를 통치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지배주의인 ‘기독교 국가주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파라독시컬한 면모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대미 외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사는 나라로 성장한 만큼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이주민과 올바른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 분야 발표를 맡은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 대선과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제로, 이번 미국 대선이 격변하는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경제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미국대학에서 성 정체성 문제로 쫓겨나는 학생의 사례, 마약 범죄로 인한 치안 악화, 노숙 문제 등은 친민주당 지역이던 러스트벨트 유권자들도 트럼프 지지로 이어지게 하는 배경이 됐다”며 사회적 문제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계속 강화할 것이며, 북한 비핵화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렇기에 한국이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략의 명확성과 전략적 모호성’을 모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제 분야의 김진일 고려대 교수와 유럽 분야의 이규영 서강대 명예교수가 각각 ‘세계경제의 변화와 미국의 대선’, ‘미국 대선과 대유럽 외교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미국 경제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하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