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교주)이 오는 30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가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소식에 신천지 피해자들을 비롯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신천지 피해자들이 모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 등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시설의 대관을 담당하는 경기관광공사에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종교행사’ 명목의 시설 대관 신청이 들어가 있는 상태다. 전피연은 이 행사를 신천지 측이 매년 개최해 온 자체 교리 수료식 ‘10만 수료식’이라고 추정한다.
다만,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해당 날짜에 3만명이 참석하는 ‘종교행사’가 예정된 건 맞다”면서도 “불교계 한 단체와 예수교회라는 이름의 단체가 같이 대관 신청한 것으로 나오지만 정확한 주최 측 이름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피연 측은 최근 경기관광공사에 주최 측 이름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이에 경기관광공사 측은 현재 정보공개 범위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피연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신천지의 이번 집회 개최를 우려했다. 전피연은 성명에서 “경기관광공사는 이런 사이비종교 집단에 공공시설 대관을 허가하고 이 행사에 대해 주최자를 묻자 개인정보라며 가르쳐 주지도 않고 불교적 행사라며 은폐하기에 급급해하고 있다”며 “위와 같은 제보와 확인절차를 거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파주 시민들을 기만하고 나아가 반사회적인 사이비종교 단체 신천지에 대해 파주시민들과 함께 신천지반대 집회를 진행할 것이며, 경기도청은 속히 사이비종교 신천지의 대관 허가를 취소하고 다시는 시민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시설이 반사회적 신천지 교주 이만희의 우상화 놀음에 이용되지 않도록 대관 취소와 경기관광공사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신천지 신도들이 파주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소문이 전해지자, 파주 지역 맘 카페 등에서는 “제발 아니길 바란다”거나 “사이비 행사에 경찰 인력이며 공권력 낭비”라는 식의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천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1월을 전후해 세 차례에 걸쳐 ‘10만 수료식’을 개최해왔다. 특히 ‘평화’를 전면에 내세운 관계 단체를 설립하는 등 그동안 평화를 포교의 주요 주제로 잡아 온 신천지에 있어 화해와 상생, 평화 통일의 상징인 임진각은 그 어느 곳보다 집착할 수밖에 없는 장소다. 하지만 이단 전문가들은 이만희 교주가 말하는 ‘세계 평화’의 숨겨진 의미는 신천지로의 ‘종교통합’이라며 경계를 당부한다.
앞서 신천지는 2012년 평화누리에서 시온기독교선교센터라는 자체 교리 교육 센터가 주관하는 수료식을 진행했다. 이 수료식은 지금 ‘10만 수료식’의 토대가 됐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10만명이 매년 새롭게 신천지 교리를 수료했다는 신천지의 주장과 달리 이단 전문가들은 이 숫자에 기존 수료생도 포함되는 등 신빙성이 낮다고 본다. 또 2020년에는 임진각 미군 참전기념비 옆에 불법으로 설치했던 비석이 논란이 되자 자진 철거한 적도 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