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 자율과 책임이 답이다

입력 2024-10-22 11:26 수정 2024-10-22 16:41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2년 차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고향사랑기부제의 관심은 지난해에 비해 많이 가라앉았다. 이런 분위기는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17개 시·도의 총모금액은 172억 2430만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6% 감소했다. 대구의 경우 약 40% 가까이 모금액이 감소했다. 연말에 모금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나 활성화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광주 동구는 작년과 올해 민간플랫폼을 통한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했고,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집요한 중단 요구에 모금을 중단했다. 모금 중단을 요구한 이유는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광주 동구 등 지자체가 민간플랫폼을 통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한 이유는 지자체 특성을 살린 창의적 모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고향사랑e음에서의 광주 동구는 243개 지자체 중 한 곳에 불과하지만, 민간플랫폼에서는 광주 동구, 그 자체로 모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정보시스템인 고향사랑e음 구축 및 운영비용을 243개 지자체가 2022년부터 올해까지 140억 가까이 분담했다. 내년 운영비까지 포함하면 170억원 가까이 된다. 고향사랑e음 개통 이후 발생한 각종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가 중단된 시간은 약 2,252분에 달한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향사랑e음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이런 중차대한 문제 발생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지자체들의 강력한 요구로 행정안전부는 ‘디지털 서비스 개방’으로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민간플랫폼에 개방하기로 하고, 17개 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민간플랫폼은 고향사랑e음을 통해 기부자의 주소지 정보와 기부한도액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고향사랑e음에 오류가 발생하면 민간플랫폼 모두 서비스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모금을 위한 플랫폼의 다양성은 확보되었을지 몰라도, 기부자에게 중단없는 기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한 최근들어 행정안전부는 재해·재난에 따른 고향사랑기부금 모금도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사실 재해·재난에 따른 모금 요구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이전부터 있었다. 앞서 일본도 고향납세제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형태인데, 그 제도를 벤치마킹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이제서야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4월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시행지침’ 내용에 따르면 지자체가 ‘지정기부’로 등록하려면 기금운용심의위원회와 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재해·재난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이런 절차를 거치라는 것인지 의문이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는 지자체 자율 보장이 핵심이다. 자율적인 지자체와 전문성 있는 민간플랫폼의 협업으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큰 성과를 낼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 개입은 최소로 하고,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장애 없는 고향사랑e음 운영을 위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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