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스타트업 투자 ‘쉽지 않네’… 3분기 펀딩 10억 달러 붕괴

입력 2024-10-21 17:16 수정 2024-10-22 14:03
국민일보DB

스타트업의 새로운 요람으로 주목받고 있던 동남아시아 시장에 투자 혹한기가 찾아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업계에서도 주목하던 시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투자는 10억 달러 선 아래로 붕괴했다.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경제매체 딜스트리트아시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동남아시아 스타트업들은 134건의 투자를 받아 총 9억7900만 달러(약 1조3397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이는 2019년 이후 분기별 펀딩 규모로 보면 처음 10억 달러 선 아래의 실적이었다.

올해 상반기 투자 건수는 474건이었다. 이 역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분기를 포함, 올해 총 펀딩 규모는 32억6000만 달러(약 4조4619억원)였다. 2020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다.

초기 단계 투자는 선방했지만, 후기 단계 투자는 7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의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는 각 66%, 79% 급감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전체 펀딩 규모의 65.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스타트업들의 자국 규제를 피해 외국 자본을 투자받기 위해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은 “중국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허브로 선택하고 있다”라며 “2023년 말 기준 싱가포르에는 1100개가 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 투입된 VC 자금은 2022년 182억 달러(약 25조832억원), 2023년 101억 달러(약 13조9198억원)였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비해 펀드 규모는 거대하지만, 실제 투자 집행은 이뤄지지 않은 ‘드라이 파우더’가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까닭은 IPO(기업공개), 엑시트(투자금 회수) 등 생애전환이 다소 느린 AI 스타트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분위기도 관측된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