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한 표는 규동 한 그릇 가격?… 1인당 617엔

입력 2024-10-21 14:12
일본 도쿄에서 한 남성이 중의원 선거 후보 포스터가 붙은 게시판 앞을 지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일본 총선인 중의원 선거 비용이 유권자 1인당 617엔(약 5700엔)으로 규동 한 그릇 금액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직전에 치러진 2021년 선거 기준이다. 오늘 27일 치러지는 총선은 물가상승으로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1일 “직전인 2021년 중의원 선거 비용 약 651억엔(5983억5363만원)을 그해 9월 기준 전국 선거인명부 등록자 수 약 1억551만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약 617엔이 된다”며 민주주의 비용에 대해 고찰했다.

선거 비용은 투표소 운영, 후보자 포스터 게시판 설치와 철거, 투표용지 및 선거공보 인쇄 등에 쓰인다. 실무 준비와 집행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선거 후 국비로 보전받는다.

정치커뮤니케이션 전공인 야마모토 류다이 나고야대 교수는 “대략 규동 한 그릇 금액으로 이뤄지는 민주주의가 비싼가, 싼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라며 “투표권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에 대한 가치관과 제도, 그 운영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구 230만명 규모 도시인 나고야시는 이달 11일 정례 시의회에서 중의원 선거 비용으로 5억9590만엔(약 54억7757만원)의 일반 회계 추가 예산안이 가결됐다. 종전 5억5000만엔이었던 선거 비용이 물가상승 영향으로 8.3%인 4590만엔(약 4억2192만원) 늘었다.

투·개표소와 사전투표소 관리인 및 직원 배치 등 인건비가 주요 지출 항목이다. 나고야 시내 2724곳 포스터 게시판 설치와 철거에만 4000만~5000만엔이 책정됐다고 한다.

마이니치는 “세금이 투입되는 이상 지자체는 경비 절약을 요구받는다”며 “포스터 게시판은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을 사용해 다음 국정 선거 등에 활용하지만 게시판 자체를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나고야시 선거 준비 담당자는 피곤한 표정으로 “사전 투표일부터 투·개표일까지 직원이 총동원된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아이치가쿠인대 정치학 전공 모리 타다시 교수는 신문에 “게시판과 선거 공보는 유권자가 스스로 정보를 찾는 인터넷과 달리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유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을 신뢰성을 유지하는 형태로 재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나고야시는 시장이 중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중의원 선거 후 약 한 달 뒤인 다음 달 24일 시장 선거를 치르게 된다. 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시장 선거에도 중의원 선거와 같은 약 6억엔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 선거와 달리 지자체 선거는 해당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한다. 중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르면 시내 363곳의 투표소를 한 번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각각 단독으로 실시하면 모두 12억엔 정도 드는 돈을 함께 치르면 9억엔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나고야시 관계자는 “선거는 세금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투표하길 바란다”며 “‘(투표소에) 가봤자 변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가면 변한다’라는 의식을 유권자에게 심어주기 위한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