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신학의 대표 인물인 박형룡(1897~1978) 박사를 기리는 ‘박형룡 박사 보수신학 세미나’가 21일 서울 중구 장충교회(장재찬 목사)에서 열렸다. 이 세미나는 박 박사의 가르침을 재확인하며, 신학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 속에서도 성경의 절대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박형룡 박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한국 보수신학의 기둥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신학적 유산은 성경의 무오성과 개혁주의 신학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신앙을 강조한다. 박 박사는 성경의 권위를 굳게 지키며 자유주의 신학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했다.
김길성 총신대 명예교수는 이날 ‘박형룡 박사의 신학과 현대교회론 비판’이라는 발제에서 박형룡 박사를 “우리에게 큰 스승이자 교회의 기둥 같은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박 박사는 평생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고 그에 따라 교회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라며 그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중요한 지침이 된다고 평가했다.
박 박사는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하던 자유주의 신학에 맞섰다. 김 교수는 “그분은 자유주의 신학이 성경을 왜곡하는 것에 맞서 싸웠고,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굳게 지켰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공기도(여러 사람이 함께 드리는 기도)에 대한 박 박사의 가르침을 강조했다. 박 박사는 공기도를 인도하는 목회자가 경건한 마음과 성경적 언어 사용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기도가 단순히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감정과 간구가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또한, 기도는 성경적 언어로 가득 채워져야 하며 가장 도덕적이고 신앙적으로 유익한 기도는 성경적 표현을 많이 담은 기도라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공기도가 질서 정연해야 한다고도 가르쳤다. 기도 중 다루는 주제들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기도가 산만하거나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박 박사는 공기도의 언어가 단순하고 장엄해야 하며 기도는 짧고 간결할수록 더 좋다고 가르쳤다”며 “이는 길고 장황한 기도보다 짧고 진실한 기도가 하나님 앞에 더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개회 예배 설교를 전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도 박형룡 박사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소 목사는 “박형룡 박사님은 한국 보수신학을 세운 분”이라며 “그의 신학은 오늘날 한국 교회의 신앙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세미나에서는 여성 안수에 대한 논의도 다뤄졌다. 박 박사는 여성이 목사나 장로로 세워지는 것을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성경이 여성의 교회 지도권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 ‘박형룡 박사 조직신학 6: 교회론’에서 그는 “사도 바울이 여자는 교회에서 조용히 해야 하며, 남자를 가르치거나 지도하지 말라는 말씀은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 안수와 관련해서는 문호를 개방하는 교단이 늘어나고 있고 예장합동 내부에서도 여성 안수를 금하는 교단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런 흐름에 일침을 가하며 “여성 임직을 반대하는 박 박사의 견해는 성경에 기초한 교회를 지향하는 후학들에게 여전히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