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베트남 파병 당시 굴욕 알고 있나”

입력 2024-10-21 10:39 수정 2024-10-21 12:27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을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한 것은 과거 베트남전에서의 굴욕을 되새기지 못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베트남전 등에 참전한 퇴역 미국 해병대 보병 장교 제임스 줌왈트는 2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발간하는 군사전문매체 ‘스타스앤드스트라이프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할아버지가 베트남전에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을 파견했다가 겪은 굴욕적 과거에 대해 알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줌왈트는 “베트남전에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 중 하나는 1967년 짧은 기간 동안 미국 전투기 조종사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과 교전을 벌였다는 사실”이라며 “그 경험은 북한군에게 치명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항공기를 상대하기 위해 출격한 모든 북한 조종사들이 격추됐기 때문”이라며 “최소 14명의 북한 조종사가 사망했고 이들은 앞선 한국전쟁 당시의 전투전술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상술했다.

당시 북한 조종사들이 몰고 나간 전투기는 베트남 항공기였다. 베트남 정부로서는 북한군에 전투기를 내줬다가 대규모 전력 손실을 겪은 셈이었다. 결국 베트남 측은 “고맙지만 이제 필요 없다”며 남은 북한 조종사들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때 수습된 북한 조종사들의 묘지가 현재 베트남 박장성에 있다고 줌왈트는 설명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은 자국이 베트남전에서 더 잘 훈련된 외국 군대와 싸웠을 때의 결과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이라며 “그의 무지로 고통받을 이는 그의 군인들”이라고 강조했다.

줌왈트는 구식 장비와 제한된 전장 경험을 가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러시아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했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에 도착하자마자 최소 18명이 부대를 탈영했다는 사실이 김정은에게 보고됐는지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줌왈트는 “보도된 바대로 김정은이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전쟁을 돕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다면 나이 많은 고문들이 자국의 과거 전투 역사 중 어두운 부분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