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교회(주현신 목사)는 10여년 전 만들어진 ‘30+교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결혼해 자녀가 있는 패밀리 그룹, 커플 그룹, 싱글 그룹을 나눠 맞춤형 사역을 하는 것이다. 자녀나 가정 문제가 주요 관심사인 패밀리나 커플들과 다른 싱글만의 요청에 초점을 맞췄다. 싱글들은 매주 소모임을 통해 직장이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나누고 영성을 키우고 있다.
30+교구를 담당하는 정부활 목사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최근에는 영화 관람이나 맛집 탐방 등 싱글을 위한 동아리 모임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확대하고 있다”며 “싱글들을 더 잘 섬기기 위해 별도의 부서를 만드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목사는 “요즘 비혼주의자들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교회 안 청년들은 결혼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혼주의 청년들도 교회를 찾아와 신앙생활을 하고 공동체를 만들도록 돕는 것이 새로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2025 한국교회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싱글즈 프렌들리 처치’가 꼽혔다. 교회가 비혼이나 1인 가구 등 새로운 싱글 가정을 위한 사역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천교회는 전날 교회에서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사장 김지철 목사)과 함께 ‘핵 개인 시대에 혼(婚)을 말하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세미나에서는 청년들이 왜 ‘비혼’을 추구하는지가 분석됐다. 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은 “일자리와 소득의 불안정으로 고통받고 현실적이지 않은 부동산 시장에서 4인 정상 가족이 거주할 집을 무리 없이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청년들의 비혼은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거나 부대끼며 갈등하기보다는 가부장제 압박에서 벗어나 혼자 사는 편이 좋다는 저항의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부를 ‘결혼이라는 과업을 완수하기 전까지 머무는 곳’으로 상정하고 청년들을 ‘결혼 대기자’로 취급하는 태도나 장년부로 올라가는 결혼 예정자가 마치 ‘신분 상승’을 한 듯 우월감을 느끼는 모습 등 비혼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요소들이 교회 내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백소영 강남대 교수는 “오직 ‘나’만 챙기라는 이 세상에서 청년들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결혼이 선택이 되도록 가능성을 열어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며 “비혼을 선택했더라도 나 혼자의 경험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께서 거주하시는 거룩한 장소로 ‘함께 지어져가자’”고 권면했다.
독신주의자였지만 결혼에 대해 포용성과 유연함을 보여줬던 바울의 삶을 통해 배우는 교회의 역할도 강조됐다. 정은찬 장신대 교수는 “바울은 교회가 성도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기를 소망했으며 특히 감정적 사회적 경제적 외로움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소속감과 유대감을 주길 기대했다”며 “바울은 1인 가정, 4인 가정, 그 외 모든 형태의 가정이 하나님 안에서 형제 사랑과 서로 존중함을 배우길 원했을 것이며 이것은 결국 교회가 모든 사람에게 ‘이상적인 가정’의 모델을 보여줘야 함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