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주요 사업 예산 시의회 대폭 삭감…추진 빨간불

입력 2024-10-21 00:43

경기 고양시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 관련 예산을 고양시의회가 대폭 삭감해 사업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에 대해 시는 “예산을 볼모로 시장과 시 집행부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시정 발목잡기가 도를 넘었다”고 즉각 반발하는 등 시와 시의회 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고양시의회는 지난 17일 마무리한 제289회 임시회에서 ‘2024년 제2회 추가경정 예산 심사’를 통해 시가 제출한 763억원의 증액안 중 120억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주요 삭감 사업으로는 거점형 스마트시티 조성사업(72억원), 도로건설관리계획 수립 용역(10억원),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5억원), 그리고 2024 가구전시회 참가지원사업(1억4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특히 거점형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공모에서 선정된 사업으로, 총사업비 402억원 중 국비가 200억원이나 차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스마트 데이터 플랫폼, 드론밸리, 지능형 행정서비스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으로, 이미 지난해에 98억원, 올해에 70억원이 편성돼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추가경정 예산안에서는 국비 21억원과 시비 51억원을 포함한 총 72억원이 전액 삭감돼 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필요성 및 효용성 부족’을 이유로 예산이 삭감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이번 추경예산에서는 도로건설관리계획 수립 용역비(10억원)와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5억원)도 삭감됐다. 이 두 계획은 관계법에 따라 수립해야 하는 법정 계획으로, 도시 여건 변화에 맞춰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예산 삭감으로 당장 추진은 어려워졌다.

‘2024 가구전시회 참가지원’ 사업 역시 예산 삭감으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이 사업은 경기도가 매년 가구제조업을 대상으로 추진하던 ‘섬유·가구 전시회’ 참가 지원사업을 올해부터는 고양시가 위탁해 추진하게 됐다.

총사업비 1억4000만원 중 도비 7000만원을 지원받아 고양시 가구산업 매출 활성화를 위해 참가업체의 부스 임차료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17일 고양가구조합 관계자 20여명은 시의회를 항의 방문하며 예산 편성을 요청하는 등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이 외에도 백석별관 현수막 게시대·전광판 등 시설공사(4억6500만원), 행주산성 관광명소화를 위한 순환도로 개설공사(2억원), 녹지내 휴게쉼터 조성공사(1억원) 등 다양한 사업의 예산이 삭감돼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 개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이번 추경 예산안에서 법정계획 수립을 위한 필수 예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까지 삭감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예산과 사업 내역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설명 부족을 이유로 삭감하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양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번 추경 예산안 조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민과 직결된 민생예산과 소상공인을 위한 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패륜을 저질렀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직 이동환 시장이 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떠한 사업도 할 수 없게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김운남 고양시의회 의장은 지난 17일 제2차 본회의에 출장을 사유로 이동환 시장이 불출석하자 “출장 일정이 있더라도 108만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의 본회의 참석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며 “의회를 존중해 달라”고 이를 비판한 바 있다.

한편, 고양시는 21일 ‘고양시의회 제289회 임시회 안건 심의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며, 고양시의회 또한 다음 날인 22일 ‘갑질, 시정 발목잡기 주장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