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법원, ‘간첩혐의’ 백 선교사 구금기간 내달 연장…北을 위한 보복?

입력 2024-10-21 03:30
사진은 백 선교사가 사업장으로 등록했던 현지 건물. 연합뉴스

지난 1월 중순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우리 국민 백광순(53) 선교사의 구금 기간이 11월 15일까지 연장됐다. 당초 구금 기한이었던 6월보다 5개월 늦춰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러시아 간 관계를 위해 탈북민 지원 사역의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시 법원이 재판 전 구금 연장에 대한 백 선교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1월 15일까지 구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장 결정까지 포함하면 총 두 번 연장된 것이다.

백 선교사의 변호인은 매체에 “사건이 민감해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백 선교사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백 선교사를 면회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서 구금돼 건강 문제로 약을 받고 있으며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백 선교사는 지난 1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간첩 혐의로 체포돼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로 이송됐다. 러시아에서 한국인이 간첩 혐의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20년 징역형이 선고된다.

타스 통신은 백 선교사가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는 ‘일급기밀’로 분류됐다고 전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교단 소속인 백 선교사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사역지를 러시아로 옮겨 현지 북한인들에게 의약품과 의류 등 생필품을 지원했다. 같은 해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이사장 이선구 목사)의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으로 임명돼 현지 북한인의 탈북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백 선교사의 지인들은 그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선교사였다며 간첩 혐의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백 선교사의 지인이자 탈북민 사역을 펼쳐온 A목사는 이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이들을 위해 손을 건네는 것에 익숙했던 백 선교사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를 받는다니 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