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우리 국민 백광순(53) 선교사의 구금 기간이 11월 15일까지 연장됐다. 당초 구금 기한이었던 6월보다 5개월 늦춰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러시아 간 관계를 위해 탈북민 지원 사역의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시 법원이 재판 전 구금 연장에 대한 백 선교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1월 15일까지 구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장 결정까지 포함하면 총 두 번 연장된 것이다.
백 선교사의 변호인은 매체에 “사건이 민감해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백 선교사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백 선교사를 면회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서 구금돼 건강 문제로 약을 받고 있으며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백 선교사는 지난 1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간첩 혐의로 체포돼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로 이송됐다. 러시아에서 한국인이 간첩 혐의를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20년 징역형이 선고된다.
타스 통신은 백 선교사가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는 ‘일급기밀’로 분류됐다고 전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교단 소속인 백 선교사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사역지를 러시아로 옮겨 현지 북한인들에게 의약품과 의류 등 생필품을 지원했다. 같은 해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이사장 이선구 목사)의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으로 임명돼 현지 북한인의 탈북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백 선교사의 지인들은 그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선교사였다며 간첩 혐의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백 선교사의 지인이자 탈북민 사역을 펼쳐온 A목사는 이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이들을 위해 손을 건네는 것에 익숙했던 백 선교사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를 받는다니 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