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대법원의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과 관련, 국회 입법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향후 헌재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의원들이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대상으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 만큼, 헌재 판단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 관련 권한쟁의 심판은 우선 헌재가 해당 사안이 권한쟁의 요건을 갖췄는지를 판단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국회의 입법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하면 실질적 검토에 들어간다. 일반적인 재판 절차에 따라서 헌법에 반하는지의 여부를 최종 판단할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해외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미국의 경우 대개 사법부가 입법부의 권한을 존중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갈등이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는 “해외 선진국에서 이같은 사례가 있는지 확인된 적은 없다”면서 “선진국에선 입법부의 권능을 침해하는 사법부의 월권 행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헌재 판단과 관련한 전망이 엇갈렸다. 한편에선 입법권 침해가 명백한 만큼 헌재가 위헌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음 교수는 “원래 피부양자 자격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다. 그런데 사법부는 자기들 나름의 해석을 통해 그 범위를 마음대로 확장시켜 버렸다”면서 “극심한 무리수를 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시도해볼 만하고 헌재에서도 긍정적인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다른 한편에선 그동안의 전례에 비춰봤을 때, 국회의원들의 기대와는 다른 판단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용근 법무법인 엘플러스 대표 변호사는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소극적 판단을 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보수적인 성향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그와 같은 판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앞으로 헌재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헌재의 최종판단 여부와 별개로 권한쟁의 심판 청구 자체가 이미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문제제기 자체가 대중들에게 대법원 판결이 갖는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효과도 있다”면서 “시너지 효과가 창출돼 헌재의 양호한 판단을 견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더불어 건강보험공단의 업무처리 지침 개정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윤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법에는 배우자라고만 돼 있지 사실혼 배우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가족관계 증명서에도 법적인 배우자만 나온다. 그런데 업무처리 지침에는 사실혼 배우자도 들어가 있다. 이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