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느는데 버는 돈 줄어드는 이상한 중국 배터리 회사

입력 2024-10-21 06:00

중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탑재량이 급증하는 와중에 중국 기업들의 관련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판매량은 늘었는데 버는 돈은 줄어든 것이다. 배터리 업계에선 중국 기업들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해외시장에 제품을 쏟아낸 덤핑 무역의 결과라고 본다. 중국의 배터리 저가 공세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시장의 구조가 왜곡되고, 한국 기업들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6월 중국 3위 배터리 업체 CALB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604.2%의 사용량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약 7배 더 많은 양의 배터리가 비중국 시장에서 팔린 전기차에 탑재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0.3%였던 CALB의 비중국 시장 점유율은 올해 2.1%로 증가했다.

하지만 CALB의 해외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CALB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비중국 시장 매출은 지난해 3억7454만8000 위안에서 2억3119만1000 위안으로 38.3% 감소했다. 해외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0%에서 올해 1.9%로 줄었다.

중국 2위 배터리 기업 BYD 역시 비중국 시장 매출 증가율이 배터리 사용량 증가율을 밑돌았다. BYD는 올해 1~6월 비중국 시장 배터리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144.8% 증가했다. 하지만 관련 매출은 지난해 644억957만4000 위안에서 올해 899억4619만1000 위안으로 39.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 배터리 셀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계의 해외 덤핑이 의심되는 지점”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에 기초해 배터리를 과잉생산하고, 남는 물량을 염가로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지적됐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의 양은 전 세계 수요 일체를 충족하고도 중형 전기차 156만대분의 배터리가 남는 수준에 달했다.

최근 중국 내 배터리 기업 간 ‘집안싸움’이 격화하면서 중국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더욱 독려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CATL과 CALB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등 내부 경쟁이 격화하자 이들이 남미 남아프리카 독일 이탈리아 등 신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열심히 유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1위 CATL은 지난 2021년부터 CALB과 자사 특허 침해를 둘러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발 배터리 공급과잉은 제품가격 하락, 공장 가동률 저하 등으로 이어져 한국을 포함한 비중국 배터리 기업의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정아 무협 수석연구원은 “저가 중국산 공급과잉과 (이에 대응한 주요국의)무역장벽 확산은 공급망 전반에 리스크를 가중해 한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