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먼저 아우 먼저’
조우영(23·우리금융그룹)과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은 KPGA투어의 대표적인 브로맨스다. 나이는 조우영이 한 살 위이지만 친구처럼 격의없게 지낸다. 하지만 코스에서는 한 치 양보없는 경쟁을 한다.
둘은 국가대표 아마추어시절이던 2023년에 나란히 KPGA투어에서 우승했다. 조우영이 4월에 골프존오픈서 우승하자 이에 뒤질세라 장유빈은 7월 KPGA군산CC오픈 우승으로 화답했다.
조우영과 장유빈은 지난 9월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동반 출전했다. 임성재(25), 김시우(29·이상 CJ)와 함께 출전한 남자 골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형인 조우영이 먼저 우승했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아우가 한 발 앞서 나갔다. 장유빈은 지난 7월 KPGA투어 군산CC오픈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거뒀다. 그리고 지난13일 막을 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2승에 성공했다.
장유빈의 우승에 조우영은 크게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렸던 프로 데뷔 첫 승에 성공했다. 20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열린 KPGA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총상금 10억 원)에서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1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조우영은 보기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를 기록한 조우영은 클럽 하우스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1시간 가량이 지난 뒤에 챔피언조 선수들이 모두 경기를 마치면서 비로소 우승 상금 2억 원 주인공으로 확정됐다. 프로 데뷔 22번째 출전만에 거둔 우승이다.
클럽 하우스에서 챔피언조의 경기를 조우영 이상으로 가슴 졸이며 지켜 보던 장유빈은 우승이 확정되자 가장 먼저 조우영에게 달려가 격한 축하 물세례를 했다.
이 대회는 당초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54홀로 단축됐다. 조우영은 이 대회 스폰서인 동아쏘시오그룹이 주최한 2015년 박카스배 전국시도학생대회 우승자 출신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
공동 선두 임예택(26)과 배용준(23·CJ)에 4타 뒤진 공동 11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조우영은 전반에 4타를 줄이며 선두를 추격했다. 후반 들어 10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13번(파4)과 14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승부의 분수령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잡은 10m 가량의 먼 거리 버디 퍼트였다. 이 클러치 퍼트 한 방으로 2위와의 격차가 2타 차이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우승은 확정됐다.
조우영은 “(장)유빈이와 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자 선의의 경쟁자”라며 “유빈이가 ‘우영이 형 결국 해냈네’라며 축하해 줬다. 그 말 들은 순간 지난 시간 아쉬움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유빈이가 상승세 탈 때 나는 하락세였다. 한편으로 부러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쫓기는 마음이었다”라며 “현대해상 때부터 유빈이의 조언대로 블레이드형에서 말렛형 퍼터를 들고 나와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그런 유빈이가 정말 고맙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조우영은 “이 대회는 주최측과 선수, 그리고 팬들의 선행들이 이뤄지는 채리티 대회다. 나도 거기에 동참하는의미로 우승 상금 30%(6000만 원)를 기부하겠다”라며 “박카스 대회 등 아마추어 대회에 쓰였으면 한다. 1승을 거뒀으니 2승, 3승까지 가보겠다. 다음주 DP월드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내 실력을 테스트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즌 2승에 도전한 ‘풍운아’ 허인회(37·금강주택)가 이날 4타를 줄여 2위(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로 대회를 마쳤다. 강경남(41·대선주조)과 임예택이 공동 3위(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 배용준과 이형준(32·웰뱅)이 공동 5위(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에 입상했다.
제네시스 포인트와 상금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장유빈은 4타를 줄여 공동 11위(최종합계 11언더파 206타), 제네시스 포인트와 상금 순위 2위에 자리한 김민규(23·CJ)는 공동 19위(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대회를 마쳤다.
양양=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