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급 175만원’ 장애인 국가대표 트레이너, 투잡 신세

입력 2024-10-20 17:01 수정 2024-10-20 17:13
2024 파리패럴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지난달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레이너 박모(32)씨는 2024 파리패럴림픽을 앞둔 지난 7월 장애인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라는 동경을 품고 뛰어든 일이었다. 정규 훈련 시간을 3~4시간씩 넘겨 퇴근하는 경우도 잦았지만 별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파리패럴림픽 선수단은 금메달 6개를 따내며 선전했다. 그러나 박씨는 3개월 만에 이직을 고려하는 처지다. 일급 10만원으로 감당하기엔 생계의 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대표팀 캠프가 소집되지 않은 날엔 이 마저도 받지 못했다. 노인용 복지용구 배달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야 저축도 하고 아이도 낳지 않겠느냐”며 “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면 월 300만원은 벌 텐데 아직 꿈을 못 놓고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대한장애인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애인체육회 종목별 국가대표 트레이너의 급여는 월 175만원 수준이다. 연평균 훈련일수 210일에 일급 10만원을 곱한 다음 12개월로 나눈 수치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 9860원으로 계산한 월급 206만원에도 못 미친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월급제를 적용받는 비장애인 체육 쪽과는 차이가 현격하다. 대한체육회 종목별 국가대표 트레이너는 올해 기준 월 305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퇴직적립금과 4대보험 등을 포함하면 실제 격차는 더 크다. 장애인체육회도 2021년부터 국가대표 감독·코치 급여를 월급제로 전환했으나 트레이너는 여기서 빠졌다.

낮은 급여 수준은 중장기적으로 훈련의 질과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실제 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를 둔 21개 종목 중 10개 종목에서 장애인을 지도한 적 없는 트레이너가 채용된 실정이다. 또 올해 들어서만 5개 종목에서 트레이너가 훈련 도중 이직했다. 박씨는 “보수가 안 되다 보니 능력 있는 선생님들이 계속 그만둔다”며 “교체가 잦아 선수들도 지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체육회는 트레이너 월급제 도입 시 기존 정부 예산안 대비 6억7500만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의원은 “같은 국가대표 트레이너임에도 급여에 차이가 나는 것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