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관저 테러범, 2009년 총선 출마하려 했었다

입력 2024-10-20 16:25
지난 19일 일본 도쿄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경비용 방호 울타리를 들이받은 차량을 경찰관들이 조사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본부와 총리 관저를 화염병과 차량으로 공격한 40대 용의자의 자택에서 유리병 25개와 기름통이 추가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관저로 돌진하다 저지당한 차 안에는 휘발유로 가득한 플라스틱통 20개가 채워져 있었다. 차량 자체가 폭탄이었던 셈이다.

도쿄 경시청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한 현행범 우스다 아츠노부(49)를 20일 오전 도쿄지검으로 송치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보도했다.

우스다는 전날 오전 5시43분쯤 도쿄 지요다구 자민당 본부 앞에서 경비 중이던 경찰청 기동대원들에게 고압세척기로 휘발유를 분사한 뒤 수차례 화염병을 던진 혐의를 받는다. 5개 정도로 알려진 화염병 중 일부는 본부 부지 안까지 날아갔다.

약 10분 뒤인 5시52분쯤에는 박스카 형태 경차를 몰고 약 600m 떨어진 총리 관저로 돌진했다. 차가 경비용 방호벽에 충돌한 뒤에는 운전석에서 내려 발연통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경찰관에게 던졌다. 자신이 몬 차량에도 발연통을 던지고 차 안에 불을 질러 시트를 태웠다.

차 안에는 유리병에 착화제를 부착해 만든 화염병 여러 개와 폴리탱크(플라스틱통) 약 20개가 있었다고 한다. 폴리탱크에 든 내용물은 대부분 휘발유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범행 당시 우스다는 연한 노란색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이날 공격으로 자민당 본부 문과 기동대 차량 일부가 불탔다. 경계 근무 중이던 경찰 기동대원 3명은 목에 전치 1주의 부상을 입었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차량이 경비용 방호 울타리를 들이받은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소화기를 운반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경시청 공안부는 19일 밤 우스다가 아버지와 함께 사는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 자택을 수색해 유리병 25개가 든 상자와 폴리탱크 1개, 컴퓨터, 태블릿 단말기 등 모두 50점을 압수했다.

경찰은 내용물을 분석하며 범행 동기와 사상적 배경, 화염병 제조 및 입수 방법 등을 확인 중이다. 우스다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스다의 아버지(79)는 사건 당일 찾아온 기자들에게 “(아들은) 반원전 운동에 열심이었고 자민당·공명당 정권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스다는 후쿠이현 간사이 전력 오이 원전의 재가동에 반대하며 밤샘 시위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선거 공탁금 제도에도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이타마 2구 출마를 검토하며 공탁금 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그가 운영하는 엑스(X)에는 2022년 2월 ‘누구나 출마할 수 없다면 폭력적이 되는 건 필연적이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에는 비정기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일이 많았다고 그의 아버지는 설명했다. 가와구치에서 나고 자란 우스다는 사립고등학교 졸업 후 운송회사 운전사와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