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도 전도’ 시카고 올네이션스교회, 우리나라에도 모델 될까

입력 2024-10-20 15:55 수정 2024-10-20 16:04
무슬림들이 최근 열린 미국 시카고 올네이션스교회 로미지 세일을 방문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올네이션스교회 제공

무슬림을 비롯해 각국에서 온 난민들의 친구가 되는 미국 올네이션스교회(All Nations Gospel Community Church·변해성 목사)의 도전이 이주민이 급증하는 우리나라 교회에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북부 피터슨가에 있는 올네이션스교회 주변에는 원래 한인들이 많이 살았으나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한인들은 떠나고 여러 나라에서 온 난민이 빈자리를 채웠다.

교회에도 다국적 교인이 모인다.

멕시코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카메룬, 이라크, 몽골, 필리핀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출신의 무슬림 난민들도 교회 문턱을 넘는다. 어림잡아 16개국 출신 교인이 한 지붕 아래에 모이고 있다.

이들은 교회가 수시로 진행하는 ‘러미지 세일(Rummage Sale)’과 ‘사과 따기’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교회 문턱을 넘었다. 교인이 아니더라도 이런 행사에 스스럼없이 참여하고 있다. 러미지 세일은 기증받은 물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걸 의미한다.

교회는 최근 ‘가을 선교 러미지 세일’ 행사를 진행하고 이주민을 초청했다. 이 행사에는 무슬림도 대거 참여했다.

변해성 목사는 2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러미지 세일이 교회와 지역을 잇는 가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변 목사는 “지역의 여러 교회와 협력해 몇 년째 러미지 세일을 하고 있는데 오래 전부터 교회를 찾는 단골인 한 무슬림 가족은 ‘교회가 늘 러미지 세일을 열어줘 너무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했다”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분들이 물품을 기증해 주셨고 세일이 끝난 뒤에는 남은 물품을 무료로 나눠줬는데 시카고 웨스트타운 난민 보호소에서 오신 분들이 꼭 필요한 걸 많이 가져가셔서 보람이 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과 따기 행사에도 주민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오가는 차 안에서 늘 복음을 전하면서 교회와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러미지 세일은 떡과 복음을 함께 나누는 선교 프로그램이다.

변 목사는 “‘우리에게 다가온 선교 대상자’와 함께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울려 살면서 역 선교를 위한 선교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우리와 함께 예배드리는 무슬림도 있고 이들이 또 다른 친구를 교회로 초청하곤 하는데 기존 교인들도 이들과 한 형제이자 자매로 받아들이면서 전도 중심의 교회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올네이션스교회의 선교적 도전은 이주민이 급증하는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64만명에 달한다. 이는 2014년 이후 10년 사이에 47% 이상 늘어난 결과로 2030년이 되면 3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에 다니는 이주민 가정 학생도 18만여명 수준으로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사무총장 강대흥 목사)도 지난 18일 연 제22회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이주민 선교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철호 미션파트너스 대표는 “이주민들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피조물이자 인격체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전도에 대한 조급함을 잠시 내려두고 그들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교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접점을 넓히는 통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