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학자 “한강 작품에 신기한 힘… 여전히 성장 중”

입력 2024-10-20 14:32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중국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그의 작품에 관한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중국 학자가 “한강 작품에는 신기한 힘이 있다”며 작품 세계를 상세히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다.

한메이 북경외국어대 아시아학원 교수는 20일 중국 주간지 차이신에 쓴 평론에서 “한강은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으며 이는 노벨문학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듯했다”며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한강이 상을 받은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한강은) 올해 54세에 불과해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평균나이인 65세에 비하면 그야말로 ‘후배’지만 30년 동안 문학 활동을 해온 그녀의 업적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강 작가의 출생, 가정환경, 등단 등 경력을 비롯해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같은 대표작의 내용·함의를 상세히 소개했다. 한 교수는 한강 작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인간의 복잡한 격투(싸움)에 대한 질문”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여성 작가 특유의 세심함과 민감함으로 한국인이 가정과 사회에서 처한 곤경과 겪어온 상처를, 그리고 그들의 불행과 고통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성과 세상의 모순에 대한 한강의 묘사가 특히 깊이 있는 것은 물론 그가 여성이어서 여성의 입장에 공감하기 더 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근거로 한강의 소설이 여성 문학에 속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그가 그리는 남성 역시 직장·가정에서 좌절을 겪고 붕괴 근처를 지나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한강은 남녀 성별에 대한 주목을 이미 초월했다”고 전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는 “정치적 각도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던 전통을 깨고 더 보편성을 가진 인간성에서 출발해 사건의 성격을 해석하려 했다”며 “이 사건이 모든 사람에게 남긴 상처의 기억과 지속되는 고통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한강의 소설은 줄거리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구조 역시 비교적 느슨하며 어조가 침울한 편이어서 그다지 흡인력이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그 소설들에는 신기한 힘이 있어 독자가 놓지 못하게 하고, 책을 덮은 뒤에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의 문학은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젊은’ 한강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 나아가 아시아 문학이 구미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 더 많은 아시아 작가가 구미 독자의 시야에 들어갈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