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목 5배↑ ‘경찰목사’ 복음화율은 절반 뚝뚝…경찰선교를 톺아보다

입력 2024-10-20 14:14 수정 2024-10-20 14:19
내일은 10월 21일. 건국·구국·호국 경찰공무원으로서 역경과 시련을 극복한 경찰사를 되새기는 ‘경찰의 날’이다. 사회 기강 확립, 질서 유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범죄 예방 등 경찰의 임무를 재확인하고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동시에 위로하는 데 의의를 둔다. 국민일보는 경찰의 날을 기념해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경찰 선교사들의 역사를 돌아보고 현실과 과제, 역할 등을 짚어본다.

국내외 크리스천 경찰관들이 기도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9%. 경찰 복음화율이다. 경찰위촉목사(경목) 제도가 도입된 지 60여년이 흘렀지만, 복음화율은 제자리에 서 있다. 경찰 15만명 가운데 1만3000여명만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이다.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2023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 가운데 개신교를 믿는 이들은 20%로 조사됐는데, 이와 견줬을 때 경찰선교는 복음 불모지나 다름없다.

서울 연희교회(박재훈 목사)를 섬기는 박가영 경감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은 야간·당직근무 등 특수 상황으로 인해 주일을 섬기기 힘든 날들이 많다”며 “내게는 경목실과 신우회가 신앙생활을 바로 세워 줬던 곳”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경찰관들이 사랑과 공의로움으로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건넨 말 속에서는 이들을 향한 선교의 과제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개인 사역에서 '경목' 예규까지

1975년 서울 선명회수양관에서 제1회 경목세미나를 개최했다. 경찰선교회 제공

시작은 미약했다. 당시 목회자들은 경찰을 대상으로 심방 형태로 경찰 전도 활동을 전개했다. 1957년 2월 경기도 부평에 있는 한 경찰대학에서 고봉 김치선(1899~1968) 목사를 중심으로 복음 강좌를 진행했다. 그러던 가운데 유치장에 갇힌 이들이 눈길을 끌었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직접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 복음을 전해 정기적이고 원활한 교육이 되질 않았다.

경찰을 담당하는 목회자의 필요성을 절감한 목회자들은 해결책을 모색했다. 당시 내무부 차관이었던 김득황(1915~2011) 궁정감리교회 장로와의 논의 끝에 1966년 서울시장 명의로 경목 제도를 도입했다. 충현교회를 설립한 김창인(1916~2012) 목사 등 18명이 경목으로 위촉됐다. 1969년 6월 26일 내무부 치안본부 예규로 ‘경찰 위촉 목사 운영규정’이 발표되면서 전국적으로 정식 경목을 위촉할 수 있게 됐다.

운영규정에는 이 같은 규칙들이 담겨 있다. ‘경목은 소속경찰관의 정신 교양을 위한 신앙적 전도사업을 할 수 있다.’ ‘경목은 유치인, 우범불량 청소년, 자활근로대원, 윤락여성 등에 대한 신앙적 교화사업을 할 수 있다.’

교경협의회 발족 모임 당시 모습. 한경직(오른쪽 두 번째) 목사도 참석했다. 경찰선교회 제공

그렇게 순풍에 돛단 듯 경찰서 안에서의 예배가 활발해졌다. 교회는 경찰기구에 경목을 파송하고 경목의 활성화와 육성을 위해 단체들을 만들기도 했다. 설립된 대표 기관은 경목회, 교경협의회, 경찰선교회 총 3곳. 경목회는 경찰선교를 돕는 목회자 모임이며 교경협의회는 경찰선교를 돕는 교회 연합체다. 경찰선교회는 자체적으로 경찰들을 전도하고 이들을 훈련하는 선교기관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종교 편향 시비가 붙으면서 공식 예배와 선교 활동은 쪼그라들었다. 또 2022년 의무경찰(의경) 제도가 폐지되면서 경찰선교는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현재 경목 활동은 대부분 신우회 회원들을 대상으로만 예배하고 기도하는 실정이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2004년 서울지방경찰청장 대강당에서 서울경찰 선교대회를 열었다. 경찰선교회 제공

쪼그라드는 경찰선교, 늙어가는 목회자

실제로 경찰선교의 문제는 숫자에서 감지된다. 경찰선교회에 따르면 경찰서와 지방경찰청 등 275개 기관마다 배치된 경목은 현재 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경찰 약 15만명을 담당한다. 경찰선교와 함께 언급되는 군선교 같은 경우 군종목사(군목)와 민간 군사역자 900여명이 군인 60만여명을 대상으로 사역을 펼치고 있다. 경목의 수가 약 다섯 배가 넘지만, 정작 경찰 복음화율은 군선교(약 20%)와 비교했을 때 절반도 못 미치는 9%다.

경찰선교가 난항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병철 경찰선교회 대표목사의 입을 빌리자면 크게 3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경찰 근무환경 △경목 고령화 △관심 부재 등이 그것이다.

경찰은 주·야간은 물론 주중, 주말 구분 없이 외근이 잦다. 대부분 경찰이 1년 6개월마다 근무지가 바뀌기도 한다. 내근하는 신우회원을 중심으로 주중 예배 및 친교 모임을 갖지만, 늘 밖에 나가 있는 외근 활동 근무자에게는 경목이 복음을 전할 기회가 적다. 선교의 목적은 복음 전도와 양육에 있지만, 경목 활동은 이미 믿고 있는 기독 경찰관의 예배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교경협 효시가 됐던 최초 연합예배. 경찰선교회 제공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경목의 평균 나이는 65세를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교단 헌법에서는 목회자의 정년을 만 70세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목의 경우 교단법 등에 명시된 바가 없어 은퇴를 종용할 수 없는 모양새다.

김 목사는 “경목제도가 60여년이 지났다. 세대의 흐름에 맞춰 세대교체가 진행돼야 하지만, 고령의 경목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젊고 꿈을 가진 사역자가 목회를 펼칠 공간이 없다”면서 “또 할아버지뻘 되는 경목을 젊은 경찰관들이 만나주지도 않으니 자기들끼리 모여 경목실을 경로당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민간선교사의 정년은 63세인데 경목도 이와 비슷하거나 합당한 기준을 법제화해 선교현장의 역동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인큐베이팅 선교사로

김병철 경찰선교회 대표목사. 국민일보 DB

‘경찰이 복음화되면 국민이 행복합니다.’

경찰선교회(대표 김병철 목사)가 내건 슬로건이다. 경찰이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본받게 된다면 이웃을 사랑하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국민이 원하는 경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경찰업무는 국민 생활과 직결돼 있으며 약 70%가 대면 업무로 진행된다”며 “사랑으로 무장한 ‘예수 경찰’은 한 사람의 영혼만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큐베이터로서 선교사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음으로 무장한 경찰이 한 명씩 전도해서 경찰 복음화율이 20%가 넘어갈 수 있도록, 전국 18개 지방경찰청에 전임 선교 목사가 파송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많은 관심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