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준비 내용을 담은 미국의 극비 문서가 온라인에 유출돼 미국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중동 전쟁 확전을 두고 갈등하는 가운데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N은 19일(현지시간) 미국의 기밀문서가 친(親)이란 텔레그램인 ‘미들 이스트 스펙테이터’에 18일 오후부터 유포되기 시작했으며, 정부 소식통이 해당 문서가 정부 공식 문서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서에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두 문서 중 하나는 미 국방부 국가지리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스라엘의 군수물자 이동 계획이 포함돼 있다. 다른 하나는 미 국가안보국(NSA)이 작성한 것으로 이란 공습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의 공대지 미사일 훈련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는 문서 중 하나의 제목이 ‘이스라엘: 공군, 이란 공격 준비 계속’으로 돼 있다고 전하며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준비하는 10월 15일자 이스라엘의 군사 훈련 위성사진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문서에는 또 이스라엘이 드론을 활용해 이란을 은밀하게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출된 정보는 ‘최고 기밀(top secret)’로 표시돼 있었고, 미국과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만 열람할 수 있다는 표시도 있었다. 미국 국방부와 연방수사국(FBI) 등은 극비 문서에 누가 접근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문서가 해킹으로 당해 공개된 것인지, 고의로 유출한 것인지도 조사 대상이다.
CNN은 “이번 유출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으며, 이란에 대한 보복을 준비해 온 이스라엘을 화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CNN은 “문서 중 하나가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확인하길 거부했던 ‘핵무기 보유’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핵무기를 사용할 계획이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문서에서 언급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독일에서 이스라엘이 언제 이란을 공격할 계획인지 알고 있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극비문서 유출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4월 한 공군 병사가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유출한 정보에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등 동맹국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활동이 담겨 파문이 일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