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합주, 허리케인 피해에도 사전투표 열기…대선 좌우할까

입력 2024-10-20 09:03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좌우할 경합주에서 사전투표율(우편투표+대면투표)이 예상을 웃돌면서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경합주 중에서도 선거인단이 많은 조지아(16명)와 노스캐롤라이나(16명), 미시간(15명) 등이 높은 사전투표율을 나타내면서 민주·공화 양당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가 집계한 사전투표율을 보면 19일(현지시간) 기준 조지아가 17%를 기록해 사우스다코타(2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 미시간 12%, 노스캐롤라이나 12%, 펜실페이니아(선거인단 19명)가 10%를 기록했다. 사전투표율 10%를 넘긴 주는 이날 기준 10개 주에 불과하지만, 이중 4개주가 경합주로 나타났다. 특히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허리케인 헐린으로 직격탄을 맞아 투표율이 우려됐지만 예상을 깨고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미국 NBC 방송 집계로는 전국적으로 1209만여명이 우편과 대면으로 사전투표를 했다.

사전투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대선에서 급증했다. 2020년 대선에서 사전 투표가 급증하면서 전체 투표율이 크게 증가했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2020년 대선에서 형성된 유권자들의 사전투표 패턴이 팬데믹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대선 이후 일부 주에서는 사전투표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합주인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역시 부재자 투표 신청 기간을 단축하고, 신분 확인 절차를 엄격히 했다. 그러나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모두 사전투표율 기록을 경신했다. 조지아의 경우 사전투표 첫날에만 31만여명이 사전투표에 나서 2020년 당시에 13만5000여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120만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는 4년 전 같은 기간에 투표한 유권자 수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노스캐롤라이나도 사전투표 첫날에 35만3166명이 대면 사전 투표에 나서 2020년 당시 기록인 34만8599명 기록을 경신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대한 열의가 높고 선거 절차를 신뢰하며, 허리케인이 주민들의 투표권 행사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라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고무된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사전투표가 시작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유세에서 사전투표율을 언급하며 “우리는 오늘 디트로이트에서 몇 가지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까지 남은) 17일 동안 투표하러 가고, 사람들에게 투표하라고 상기시킬 것”이라며 “이메일과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고 문을 두드리면서 사람들에게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는 유세에 앞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도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듣고 있다”며 “조지아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모든 기록을 깨고 있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투표율이 높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이 전했다. 해리스는 이날 곧바로 조지아로 이동해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생업 등 돌발 변수로 선거 당일 투표에 불참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득표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철강 노동자들과 함께 안전모를 쓰고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우편으로 하는 사전투표가 사기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역시 이번 대선에서는 유권자 사이에서 ‘대세’가 된 사전투표를 비난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디트로이트 유세에서 “내일부터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꼭 투표하자. 우리를 위해 투표하려는 친구들을 모두 데려오라”며 “뚱뚱한 돼지 남편들도 사전투표에 데려오자”고 말했다. 트럼프는 조지아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15일에도 “조지아에서 우편투표와 대면투표가 진행 중이다. 아주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정치학자들은 대체로 투표율이 높은 선거는 민주당에 유리하고, 낮은 선거는 공화당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노년층 등 적극 투표층은 공화당에 기울어진 반면, 젊은 층과 유색인종 등 소극적 투표층은 민주당에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공화당도 적극적으로 사전투표를 독려해온 만큼 2020년 대선처럼 민주당에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라트로브 유세에서도 해리스에 대한 인신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해리스에게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을 참을 수 없다. 당신은 X같은 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