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표를 역임한 ‘투어 3년차’ 배용준(23·CJ)은 장래가 촉망되는 한국 남자 골프 차세대 기대주였다. 2022년에 투어에 데뷔해 1승을 거둬 신인왕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그 기대에 부응할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부침이 심한 경기력을 보였다. 작년에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공동 2위와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2위 등으로 제네시스 포인트 13위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영 신통치가 않다. 2차례 ‘톱10’ 입상으로 제네시스 포인트 40위에 그치고 있다. 골프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손목과 허리 통증에 발목이 붙들려서다.
그런 배용준이 모처럼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경기를 했다. 18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열린 KPGA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 이틀째 2라운드에서다.
오전조로 출발한 배용준은 이날 1라운드와 같은 6언더파 66타를 쳤다. 중간합계 12언더파 132타를 기록한 배용준은 클럽 하우스 선두로 반환점을 돌았다.
전날 일몰에 걸려 미처 마치지 못한 1홀 잔여홀 경기를 치른 뒤 2라운드에 들어간 배용준은 특히 퍼트감이 좋았다. 그는 “우선 퍼트가 아침부터 정말 잘 됐다. 1라운드 경기를 어제 마치지 못해 오늘 아침 잔여 경기를 했다. 1개 홀 플레이를 했는데 버디가 나왔다”고 했다.
그 기운을 받아서였을까, 배용준은 2라운드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는 “기분 좋은 시작이었던 만큼 라운드 내내 좋은 흐름을 갖고 경기했다. 티샷도 페어웨이를 잘 지켰고 그린을 놓친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면서 “몇 차례 위기가 있었는데 파로 잘 막아냈다. 마지막 3개 홀을 남기고 비가 내리기 시작해 날씨 영향도 크게 받지 않았다”고 선전 원동력을 설명했다.
배용준은 올 시즌 자신의 기복이 심한 플레이 원인을 부상으로 꼽았다. 그는 “사실 올 시즌 손목과 허리가 좀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면서 “비거리도 드라이버샷은 20~30야드, 아이언샷은 2클럽 정도 줄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현재는 부상 부위가 상당히 호전된 상태다. 그는 “허리 부상은 이제 나았고 손목도 거의 완치가 됐다”면서 “몸 컨디션이 좋아지니까 이번 대회서는 내가 원하는 스윙을 할 수 있게 됐다. 시즌 막바지이지만 남은 대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남은 이틀간 전략을 잘 마련해 통산 2승 기회를 기필코 살리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배용준은 “경기력이 좋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것이다. 대회 코스의 파5홀 같은 경우는 날씨에 따라 2온이 가능하다. 찬스를 만들 수 있는 홀도 몇 개 있는데 이 홀에서 꼭 타수를 줄여야 할 것 같다”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목표는 우승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2라운드는 강하게 내린 비로 중단됐다. 경기위원회는 폭우로 코스 일부가 물에 잠기는 등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워지자 오후 2시 23분에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2라운드 잔여 경기는 19일 7시부터 재개된다.
양양=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