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간 교전이 격화한 레바논에서 콜레라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 전쟁으로 인해 피란민이 모이는 대피소가 과밀인 상황이어서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 분쟁으로 이미 과부하 상태인 레바논의 의료 시스템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북부 아르카주에서 전날 콜레라 발병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면 급성 설사와 심한 탈수가 진행되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전염병이다.
레바논 보건 당국은 발병 지역을 중심으로 콜레라 확산 수준을 조사하며 수질 오염도를 평가하고 있다.
레바논은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 부족으로 30년 만인 2022년 콜레라가 유행했다 지난해 6월 발병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질병이 유행했던 1년간 8700건의 발병 의심 사례가 확인됐고 확진 671건과 사망자 23명이 발생했다.
레바논의 대피소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으로 이미 과밀 상태다. 이스라엘군의 집중적인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3일 이후 3주 만에 피란민 20만여명이 대피소로 몰려들었다. 전체의 80%에 이르는 대피소 775곳은 이미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
이재민을 수용할 수 있는 다른 시설이 부재한 상황에서 콜레라 확산 위험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의료 시스템은 붕괴 상태다. 지난달 23일 이후로 레바논 남·동부와 수도 베이루트 남쪽 교외 지역에서는 안전 문제로 1차 의료기관 207곳 중 100곳이 폐쇄됐다.
WHO는 지난 4일 베이루트에 116톤이 넘는 규모의 의료 구호품을 보냈다고 밝혔다. 콜레라 치료제도 포함돼 있다.
WHO는 “전란 속에 식수 공급 환경이 열악해지고 위생 상태가 악화하면서 콜레라의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우리는 감염 확산을 차단하고 질병 감시와 수질 위생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