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아직도 한국교회, 희망이 있습니다”

입력 2024-10-18 07:00 수정 2024-10-18 10:57

얼마 전 몇 분 목사님들과 회식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대화 중에 한국교회가 염려돼 기독교 월간지를 발행하시는 분에게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고견을 여쭤봤습니다. 그분은 한국교회의 헌신을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 분이십니다.

“글쎄요.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두워 보여요.”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현주소입니다. 그러면 절망입니까. 물론 부끄러운 면도 많습니다. 교회가 사회를 염려해야 할 터인데 사회가 오히려 교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홍수가 나서 흙탕물이 강물을 뒤덮을 때 샘물이 솟는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샘물이 계속 솟으면 흙탕물은 흘러내려 가고 맑은 강물로 회복될 때가 올 것입니다.

가끔 초빙을 받아가서 말씀을 전하는 교회가 있는데, 갈 때마다 저는 그 교회에서 감동을 하곤 합니다. 그 교회는 약 40년 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이 교회를 설립하신 목사님은 세상적으로 밑바닥에서 일어나신 분이십니다.

그 목사님은 교회를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교회는 다른 약한 교회를 돕는 교회가 됐으면…”하는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설립한 지 3년 후부터 지방에 아주 약한 교회 예배당을 형편에 맞게 지어 드리는 일을 시작했는데, 올해 38개의 예배당을 지어드리는 일을 계속 이어왔습니다. 그 교회는 다른 사람이 손대는 것이 아니라 장로님들이 앞장서고 온 교회 성도들이 예배당 청소를 위시해서 칠하고 수리하는 것을 자신들의 기능을 살려 봉사하십니다. 예배당에 들어서면 반갑게 환영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예배당을 얼마나 깨끗이 쓸고 닦았는지 신발을 신고 들어가도 될까 할 정도로 바닥이 알른알른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 년에 몇 차례에 걸쳐 지방에서 시무하시는 목사님들을 초청해서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400~500명의 목회자가 모여 담임목사님의 강의를 경청하고 “아멘”으로 화답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은혜가 되고 감동적입니다.

이 많은 분이 숙식은 어떻게 하느냐 물었더니 식사는 교회에서 국밥 한 그릇씩 대접하고, 숙소는 가까운데 있는 찜질방을 얻어서 해결한다고 합니다. 요새는 호텔에서 음식 대접하며 모임에 초청해도 안 모이는 형편인데, 이런 열악한 형편에 진행하는 목회자 세미나에 수백 명의 성직자가, 그것도 외국에서까지 찾아오는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기적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하나님 능력의 역사라고 믿습니다. 형편만 되면 우리 예배당 꾸미는데 주력하는 여느 교회하고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저는 여기서 깨달았습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회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주리라(눅 6:38)”고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응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한국교회, 희망이 있습니다.

◇약력=△1934년 평안남도 강동 출생 △서울대 문리대 졸업 △장로회신학대학교 졸업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 졸업 △아주사퍼시픽대학교 박사 △서울 영은교회(1960∼1966) 담임 △서울 영락교회(1972∼1985) 담임 △서울 갈보리교회(1985∼2003) 담임 △세계지도력개발원 원장 △국제독립교회연합회(웨이크) 설립 △웨이크신학원 명예총장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