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압박에 입 연 이기흥, 문체부 권고 “수용 불가”

입력 2024-10-17 18:25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마지막 날인 17일 오후 경남 김해시 아이스퀘어호텔에서 열린 '체육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대한체육회장·회원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주무부처 문화체육관광부의 불공정 개선 권고 사안들에 대해 “지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실상의 반박 입장을 표명했다. 문체부가 이달 들어 체육단체 임원의 임기연장 심의와 징계 절차를 개선하라는 시정명령을 체육회에 내렸으나,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17일 경남 김해 아이스퀘어호텔에서 체육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대한체육회장·회원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체육단체 임원 임기연장 심의를 하는)스포츠공정위원회를 제 마음대로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체육회장이 임기 연장을 하려는 경우 본인이 임명한 위원으로부터 심의를 받게 되는 현행 심사 기준이 정관에 위반된다고 지적했었다. 문체부는 시정 명령에 따라 18일까지 불공정 권고 개선 이행계획을 체육회가 제출하지 않으면 후속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회장은 “이미 스포츠공정위 구성 절차가 시작돼 21일부터 당사자에게 통보가 가게 돼 있다”면서 “이를 바꾸려면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바꿔야 한다. 지금 변경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체육회를 겨눈 문체부와 국무조정실, 국회, 감사원 등의 조사·감사가 이뤄지는 상황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목하고 있다고도 했다. IOC가 일련의 상황들을 체육계를 향한 과도한 정치적 간섭으로 판단하면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이 회장은 “IOC가 우리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문의를 하기도 했다”며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3연임 도전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그는 “제가 후보자가 되려면 지금도 절차를 밟으면 된다. (스포츠공정위의)심의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연임 도전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체육계에선 이 회장의 차기 체육회장 선거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회장은 2024 파리올림픽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선수단 해단식 행사가 취소된 일에 대해서도 선수들의 이동 경로상 문제가 있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그는 “지켜보시는 국민 여러분께서 당황스러워하셨던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사려 깊지 못했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비체육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됐던 2024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을 두고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기부금을 참관단에 사용하는 법인세법 문제 등은 사전 확인을 거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