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과일로 꼽혔던 샤인머스캣의 가격이 최근 크게 떨어졌다. 재배 농가가 급증하면서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품질이 낮은 물량이 풀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 업계는 인공지능(AI) 선별기와 전문 검품단등을 운영해 고품질의 샤인머스캣을 확보·판매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샤인머스캣 평균 도매가격은 2㎏에 1만1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39.8% 하락했다. 평년보다는 52.9%, 1년 전보다는 27.4% 떨어진 가격이다.
같은 무게 거봉 가격과 비교해도 35.8% 저렴하다. 샤인머스캣 월평균 도매가격은 지난 7~8월 거봉보다 비쌌으나 품질 저하로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면서 거봉보다 싸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샤인머스캣 평균 도매가격(가락시장 경락 가격)은 2㎏에 1만1400원으로 같은 무게의 거봉(1만6000원)보다 28.8% 저렴했다. ㎏당 가격이 캠벨얼리와 비슷해졌다.
샤인머스캣 2㎏ 도매가격은 3년 전인 2021년 9월만 해도 2만4639원에 달했지만 3년 연속 하락하면서 54% 낮아졌다. 지난달 가격은 지난해 9월(1만5120원)보다는 25% 내려갔다. 이달 도매가격은 지난해 10월(1만900원)보다 확연히 낮은 8000원 수준일 것이라고 농경연은 전망했다.
“샤인머스캣 출하량, 전체 포도의 83.5%”…품질 관리 소홀 우려
최근 3년간 샤인머스캣이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품종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농가가 재배에 뛰어들었다. 농경연에 따르면 이달 샤인머스캣의 출하량은 전년 대비 6.7%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며 품종별 출하량 비중은 전체 포도의 83.5%에 이른다. 지난해 포도 재배면적에서 샤인머스캣이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캠벨얼리(29%), 거봉류(17%)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부 농가에서 생육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샤인머스캣도 시중에 풀렸다. 평년보다 일렀던 추석 대목을 맞추려고 충분히 익지 않은 송이를 조기 수확한 점과 올해 폭염으로 당도가 일찍 올라오면서 알 크기가 커지지 않은 점도 품질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당도가 예전 같지 않고 껍질도 질겨졌다는 불만이 높다. 한국포도회는 샤인머스캣의 권장 출하 당도를 18브릭스로 제시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는 15~16브릭스, 식자재마트·전통시장 등에선 13브릭스 상품도 팔리고 있다.
롯데는 AI, 이마트는 전문 검품단 운영
대형마트 업계는 고품질의 샤인머스캣을 확보하고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선별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유통사 최초로 알맹이 외형을 분석하는 AI 선별기를 도입했고, 매장에 입고되는 모든 상품에 비파괴 당도 검사를 실시해 16브릭스 이상의 상품만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당도 유지를 위해 포도 송이 전체 부위에서 추출한 과육으로 샘플링 검사를 하고, 올해 초부터 전문 검품단을 운영하며 산지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활용해 품질을 유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샤인머스켓 당도 저하 문제가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충분한 당도를 느낄 수 있는 15~16브릭스의 샤인머스켓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