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의혹’ 김여사 불기소…“단순 추천·권유 가능성”

입력 2024-10-17 10:12 수정 2024-10-17 10:37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은 김건희 여사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7일 김 여사의 시세조종 가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을 믿고 수익을 얻으려 계좌 관리를 맡긴 것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1차 주포 이모씨와 2차 주포 김모씨,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및 해당 업체 직원 민모씨 등을 통해 94명의 161개 계좌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검찰 수사팀은 증권사 전화주문 녹취와 주가조작 주범들 간 문자메시지 및 통화 녹취, 시세조종 관련자들의 진술 및 판결 내용 등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김 여사에 대한 서면조사 및 대면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들의 시세조종을 인지했음을 증명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6개 계좌를 통해 시세 조종성 주문이 나온 것으로 파악했지만 권 전 회장과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이들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 ‘시세조종을 하는지 몰랐다’는 김 여사의 진술 등을 종합해 김 여사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는 2007년 12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였는데 ‘주식을 사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권 전 회장의 권유에 투자 목적으로 계좌를 일임하거나 직접 거래했을 뿐, 주가 조작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1차 주포인 이씨와 2차 주포 김씨가 수사가 진행된 2020~2021년 주고받은 통화 내용도 불기소 처분 근거로 삼았다. 2021년 4월 이씨는 김씨에게 김 여사의 관여 여부에 대해 “김건희는 그냥 원오브뎀(one of them)이지”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김건희)는 아는 게 없지. 지 사업만 아는 거고” “권오수는 그때 당시 건희 엄마가 필요하니까, 건희한테 잘해주는 척 하면서, 돈 먹여줄 것처럼 뭐 이래 가지고 한 거지” “그냥 권오수가 사라고 그래갖고, 샀다가 팔았지”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자신을 신뢰하는 김 여사에게 범행 내지 주가관리 사실을 숨기고 단순한 추천·권유를 통해 매도 요청을 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한화투자 계좌에 대해 2011년 3월 통정매매가 이뤄지던 때 김 여사가 시세조종 주범들과 연락을 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최씨 역시 권 전 회장을 신뢰해 투자를 계속하던 과정에서 권 전 회장 소개와 요청으로 자금 또는 계좌를 제공한 것일 뿐, 최씨가 시세조종 범죄를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밖에 시세조종 행위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난 다른 계좌주 90여명도 전수 조사한 끝에 혐의없음 또는 불입건 결정했다.

이 사건은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이 김 여사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개시됐고, 4년 6개월 만에 무혐의로 종결됐다. 명품가방 사건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의혹 사건도 불기소 처분되면서 야권의 ‘봐주기 수사’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