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한 뉴진스 멤버 하니를 언급했다. 뉴진스는 어도어 소속으로, 민 전 대표가 직접 프로듀싱한 걸그룹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민 전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의 갈등으로 인해 하이브 관계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 TV아사히·ANN 종합 뉴스프로그램 보도스테이션은 15일 민 전 대표와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민 전 대표는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하니를 언급하며 “하니 엄마가 지금 서울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서울에 있는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면서 “실제로 이 친구들의 엄마, 아빠가 나랑 나이가 같다”고 덧붙였다.
민 전 대표는 “우리 친구들은 조금 아기니까 자식들한테 ‘엄마, 아빠가 이런 거 좋아했었어. 이거 한 번 들어봐’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개념인 거지, 무슨 아바타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을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는 하이브 측의 주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의 분쟁에도 뉴진스 멤버들과 세웠던 계획을 이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 분쟁이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는 찍게 될 것이고 최대한 뉴진스 계획을 이뤄갈 것”이라며 “만약 지금 홀드(중단)돼 있다 하더라도 그 홀드된 기획을 나중에 다른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현 상황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 전 대표는 “현재로서는 프로듀서 계약을 안 했기 때문에 프로듀서도 아니고 대표이사도 아니다”라며 “사내이사로서의 권한만 있기 때문에 사실 붕 떠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내년에 월드 투어부터 시작해 연초에 나올 정규앨범에 대한 구상도 이미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닥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이브가 자신의 대표이사 복귀는 수용하지 않되 사내이사 임기 연장을 추진하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나한테 배임이라는 죄명을 씌웠으면서 프로듀서 제안을 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민 전 대표는 “이제 이 테스트는 내 인생만 걸린 테스트가 아니다. 모두의 인생이고 저와 함께하는 모두의 인생이 걸린 테스트”라며 “그렇기 때문에 제가 싸우고 있는 것이다. 굉장히 책임감이 있는 일이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지난 4월 민 전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주장하며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어도어 임시주총을 통해 민 전 대표의 해임을 추진했다. 그러나 법원이 민 전 대표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에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회를 재편하고 8월 김주영 사내이사(하이브 CHRO·최고인사책임자)를 어도어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민 전 대표는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사내이사 재선임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