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디지털 캐비닛이니 통신 사찰이니 무시무시한 말들이 나오는데 투명하게 보여드리려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대검찰청은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언론 상대로 휴대전화 포렌식 시연회를 열었다. 허정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검찰이 어떻게 휴대전화를 압수해서 포렌식이 되고 증거가 관리되는지 최대한 설명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보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압수한 피의자 휴대전화의 디지털정보를 통째 복제해 이른바 ‘디넷’이라 불리는 대검 서버에 보관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검찰은 모바일 포렌식 절차가 피의자 측 참관 아래 투명하게 진행되며 제기된 정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으나 논란이 끊이지 않자 시연회를 개최해 설명에 나섰다. 대검은 앞서 법원 판사들과 형사소송법 교수들 대상으로도 시연회를 열고 관련 절차를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휴대전화를 비닐백에 밀봉해 보관하는 절차부터 시연했다. 보관한 휴대전화는 따로 날을 잡아 피의자가 참관하는 가운데 비닐백 봉인을 해제해 포렌식을 진행한다. 이날 검찰은 별도로 준비한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 샘플을 사용했다.
‘포렌식 툴(프로그램)’에 연결하니 휴대전화 내부 파일을 통째 복제한 이미지 파일 서류철들이 만들어졌다. 일반 PC의 경우 포렌식을 하면 한 개 파일당 하나의 이미지 파일이 생성되지만 휴대전화는 다르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카카오톡의 한 대화 문장의 경우 내용은 메시지 데이터베이스(DB)에, 대화상대 정보는 대화상대 DB에 보관되는 등 흩어져 저장된다. 일반 PC보다 방대한 양의 파일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피의자 동의를 받아 범죄 혐의와 관련된 증거들만 추리는 작업이 진행된다. 검찰 관계자는 “10만개 파일이 압수되면 피의자가 포렌식 수사관 옆에 앉아 함께 보며 일일이 동의 여부를 체크한다. 포렌식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선별된 이미지 파일의 ‘해시값’(일종의 디지털 지문)은 원본 파일의 해시값과 같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포렌식을 커피, 설탕, 우유 등이 조합돼 원하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커피자판기에 비유했다. 여러 DB에 흩어진 각자 다른 해시값을 가진 디지털 정보 조합을 거쳐 이미지 파일이 만들어지기에 원본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문제 삼아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어서, 통째 복제파일을 따로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째 이미지 파일은 수사팀에 전달되지 않고 수사팀도 접근할 수 없다. 공판 검사만 요청이 있을 경우 제공받도록 철저히 보관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