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도 랩 많이 부르고 있거라” 할매래퍼 서무석 할머니 빈소서 ‘수니와칠공주’ 완전체 공연

입력 2024-10-16 18:49
'수니와칠공주' 서무석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대구 달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16일 다른 멤버들이 마지막 완전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칠곡군의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멤버 중 한 명인 서무석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대구 달서구 한 장례식장에서 16일 오후 수니와칠공주 마지막 완전체 공연이 펼쳐졌다.

서 할머니의 자리는 영정사진이 대신했다. 수니와칠공주는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우친 칠곡군 할머니 8명으로 구성된 힙합 그룹이다. 다른 멤버 7명이 서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배웅하기 위해 이날 빈소를 찾은 것이다.

서 할머니의 절친한 친구인 이필선 할머니가 친구를 생각하며 적은 편지를 읽어내려가자 빈소에 있던 할머니들은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공책에 직접 편지를 써온 이 할머니는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고 혼자 그렇게 가버리니 좋더나. 하늘나라에 가서 아프지 말고 네가 좋아하는 랩을 많이 부르고 있거라. 벌써 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멤버들은 이어 서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마지막 완전체 공연을 펼쳤다. ‘수니와칠공주’가 적힌 검은색 단체복과 모자, 목걸이를 착용한 할머니들의 모습은 영정사진 속 서 할머니의 모습과 똑같았다. 멤버들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준비해온 단체 안무와 함께 랩 공연을 10여분 동안 펼쳤다.

서 할머니는 림프종 혈액암 3기를 앓아오다가 지난 15일 병원에서 향년 8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난 1939년 칠곡군 지천면 황학골에서 태어난 서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등 시대적 상황 때문에 한글을 배우지 못했고 칠순이 넘은 시기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 교육을 통해 뒤늦게 글을 배웠다.

지난해 8월 서 할머니는 칠곡군이 기획한 할매래퍼 그룹인 수니와칠공주 초기 멤버로 뽑혔다. 그동안 멤버들과 함께 7곡을 만들었고 신문과 방송 등에 나와 랩 실력을 뽐냈다. 국가보훈부 홍보 대사인 ‘보훈아너스 클럽’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올해 초 암 진단과 함께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지만 좋아하는 랩을 위해 가족을 제외한 이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공연에 참여했다.

수니와칠공주는 멤버를 충원해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