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공사, 대신 갚고 못 받은 돈 3조 육박

입력 2024-10-16 11:03 수정 2024-10-16 11:14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악성 임대인의 전세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뒤 회수하지 못해 날릴 위기에 처한 돈이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수율은 15%에 그쳤고, 피해는 대체로 전세사기 사건 지역에 집중됐다. 공기업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 집중 관리 다주택 채무자 회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HUG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변제한 건수는 1만7021건, 총액은 3조41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HUG가 회수한 금액은 5324억원에 그쳤다. 미회수 채권 잔액은 2조8828억원으로 5.4배를 넘어섰다.

특히 미회수 채권 잔액 중 97.6%(2조8139억원)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 지역에 HUG가 대위 변제한 돈은 1조1749억원에 달했고, 이중 회수액은 2854억원으로 회수율이 21.4%였다. 인천은 대위 변제액 1조1749억원 중 803억원만 회수해 회수율이 6.8%까지 떨어졌다. 경기도는 8077억원 중 1377억원을 회수해 채권 잔액은 6700억원, 회수율은 17.0%로 집계됐다.

대위변제 회수율이 낮은 지역은 대체로 전세사기가 발생한 지역이었다. 서울은 ▲강서구(4125억원) ▲양천구(1288억원) ▲구로구(1225억원) ▲금천구(1021억원) ▲관악구(590억원) ▲영등포구(364억원) 등 순으로 미회수 채권 잔액이 높았다. 인천은 ▲부평구(3491억원) ▲미추홀구(3086억원) ▲남동구(1939억원) ▲서구(1544억원) ▲계양구(717억원), 경기는 ▲부천시(2971억원) ▲고양시(594억원) ▲안양시(484억원) ▲파주시(446억원) 등 순이었다.

집중 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3번 이상 이를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1년간 보증 채무를 아예 갚지 않은 악성 임대인을 뜻한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 의원은 “전세사기 주범인 이들이 서민들의 삶을 짓밟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까지 파탄 내고 있다”며 “정부는 악성 임대인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다시는 전세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