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의 지분을 수차례 매각하려다 실패한 넥슨 지주사 NXC와 SK스퀘어가 이제는 외부 호재만 바라보고 있다. 자생력이 약한 코빗을 포트폴리오에 남기든 매각하든 밸류업이 선결 과제가 된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빗 최대주주 NXC, 2대 주주 SK스퀘어는 지난해부터 코빗 지분 매각 작업을 벌여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대형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사업에 눈독을 들이면서 코빗 매각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다. 실제로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이 큰 관심을 보이며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됐다. 그러나 각각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에서 발생한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고객 돈 700억원 횡령·사기 사건 등 금융사고 여파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에도 NXC와 SK스퀘어는 복수의 사모펀드와 접촉하며 원매자를 찾았지만 협상은 녹록지 않았다.
코빗의 기업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2021년 말 약 900억원을 투입해 코빗 지분 32.6%를 사들였다. 당시 기업가치는 3000억원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주주 변동 이후 점유율 부진에 빠지고 누적 적자에 시달리면서 현재 기업가치는 2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NXC는 코빗 매각 의사를 거둬들이고 지주사 아래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SK스퀘어 보유 지분을 NXC에 넘기는 협상까지 이뤄졌다.
두 주주는 이제 코빗의 외부 호재에 의존하는 상황이 됐다. 매각하는 입장에서 코빗의 기업가치가 올라가야 협상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거래소들이 전면 재편되면 향후 기업가치가 오를 가능성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 여부, 국내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도 호재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 주주 모두 코빗에 추가로 자금을 수혈하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밸류업 이후 매각 등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