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왜 하나님이 고난을 허락하시는지 묻습니다. 저도 르완다에서 수천 명의 희생자를 조사하며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나님이 우리의 고통 속에 함께하시고 사랑의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국제 인권 단체 인터내셔널 저스티스 미션(IJM)의 설립자이자 CEO인 게리 하우겐은 “모든 질문에 답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이 세상에서 그의 사랑과 정의를 나타내도록 부르셨다”고 말했다.
전직 미국 법무부 검사이자 유엔 르완다 집단학살 조사 책임자였던 그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만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깨닫고 이들을 폭력과 억압에서 구출하는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IJM은 현재 17개국에서 약 1300명의 직원들이 활동하며 지금까지 8만여 명의 사람들을 현대판 노예와 폭력에서 해방시켰다. 최근 인천에서 만난 하우겐은 안창호 인권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IJM과 인권위원회가 협력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 국민일보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게리 하우겐 인터내셔널 저스티스 미션(IJM)의 설립자이자 CEO입니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인데 전쟁의 상처를 딛고 번영을 이루며 세계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기독교 성장 이야기는 매우 놀랍습니다. 150년 전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기독교가 오늘날 수백만 명의 한국인에게 믿음과 소망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하나님이 사랑과 정의로 이곳에서 강하게 일하시는 것을 깊이 느낍니다.
- 한국에서 IJM 단체는 조금 생소하다. IJM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IJM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해결하는 조직입니다. 초기에는 교회 개척과 복음 전도를 중심으로 사역했지만 곧 ‘현대판 노예제’와 ‘인신매매’라는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1997년 설립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현재 전 세계 약 5000만명의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상업적 성 착취와 강제 노동 그리고 온라인 성적 학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대판 노예제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이며 IJM은 이를 근절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현대판 노예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대판 노예제의 실상을 이해하려면 상업적 성 착취와 강제 노동 현장을 떠올려야 합니다. 집창촌이나 술집에서 인신매매로 억류된 아이들과 여성들뿐만 아니라 어업, 벽돌 공장, 쌀 공장 등에서도 강제 노동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설을 지나치거나 글로 접하면서도 그들이 폭력의 위협 아래 일하고 있음을 모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판 노예제의 실상입니다.
- 미국 법무부 검사 출신으로서, 어떤 계기로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나?
저는 미국 법무부 검사로 일하며 1994년 유엔 소속으로 르완다 집단학살 조사를 맡았습니다. 8주 만에 80만 명이 살해된 그 사건을 조사하며 르완다의 가난한 공동체가 기아와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지원을 받았지만, 폭력이 닥치면 그 모든 것이 무력화된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들의 일상을 빼았는 폭력을 먼저 종식시키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당시 저는 미국 법무부에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었고 아내와 함께 네명의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느꼈고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모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실 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우신다는 약속을 믿었고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27년 동안 하나님은 그분의 모든 약속을 지켜주셨습니다.
- 설립 후 2년 만에 남아시아 담배공장에서 노예를 구출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8만여명을 구출해낸 것으로 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생존자가 있다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생각나는데요. IJM이 깊은 어둠 속에서 구출했던 필리핀 16살 소녀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 소녀는 나갈 수 없는 방에 갇혀 웹캠 앞에 서서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접속한 가해자들은 웹캠 너머에 있는 소녀를 학대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습니다. 소녀는 11살에 부모를 잃었고 그 뒤에는 인신매매범의 손에 이끌려 학대의 소굴이 있는 대도시로 가게 됐습니다.
소녀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리치며 외쳤지만 아무도 그녀의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럴때면 그녀의 소유주는 목에 칼을 들이대며 협박하곤 했습니다.
또 다시 그런 협박을 당한 날 밤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당신이 존재한다면, 제발 저를 여기서 구해주세요.’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밤 IJM과 경찰 당국이 그녀를 구하러 왔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온전한 회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를 학대했던 범죄자들은 정의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지난 로잔에서 5000명의 리더들 앞에 서서 자신의 간증을 나누게 됐습니다. 그녀는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됐고 자신의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학대를 막는 일에 헌신하는 지도자가 됐습니다.
- IJM은 현재 17개국에 24개 사무소를 운영하는 국제 NGO로 성장했다. 현재 노예 해방과 관련된 활동을 위해 몇 명의 활동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나?
IJM은 전 세계에 약 1300명의 직원이 있으며, 범죄 조사관, 변호사, 사회복지사, 옹호자들이 팀을 이루어 활동합니다. 이들은 현대판 노예와 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구출하며, 범죄자를 법정에 세우고 생존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또한 지역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 필리핀, 캄보디아, 남아시아에서 법 집행과 생존자 지원을 통해 노예제가 70%에서 85%까지 감소했습니다. 이는 노예제를 끝낼 수 있는 핵심이 바로 훌륭한 법 집행과 생존자 지원임을 보여줍니다.
- IJM 활동 중 노예구출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장 큰 어려움은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구출 현장에서 수많은 실망과 실패를 경험했으며 때로는 구출이 실패하거나 피해자들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학대와 상처를 목격하며 마음이 지칠 수 있지만, 우리는 하나님이 정의롭고 자비로우신 분임을 믿습니다. 로마서 5장은 고난 속에서 인내하고 기도하며 희망 속에서 기뻐하라고 가르칩니다. 이 믿음이 우리를 지탱해 줍니다.
- 구출된 생존자들은 어떻게 보호받는가.
현대판 노예로부터의 구출은 시작에 불과하며, 생존자들은 긴 회복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2년간의 프리덤 스쿨을 통해 자유롭게 사는 법을 배우고 다시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합니다. 사후 관리가 부족하면 다시 피해자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법 집행과 함께 질 높은 생존자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와 어린이들은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 노예들을 구출해오면서 ‘하나님은 왜 이들에게 이런 고통을 허락하시는가’에 대한 질문도 있었을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왜 하나님이 고통을 허락하시는지 묻습니다. 저도 르완다에서 수천 명의 희생자를 조사하며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성폭력 피해 아이들을 보며 답을 찾기 어려웠지만, 하나님이 우리의 고통 속에 함께하시고 사랑의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제 동료 윌리 카마니는 케냐에서 경찰 학대 피해자를 변호하다 납치·살해됐습니다. 그의 죽음 이후 케냐 전역에서 경찰 학대 문제에 변화가 일어났고 지금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하나님께서 윌리와 IJM의 헌신을 통해 케냐에서 정의를 실현하고 계심을 봅니다.
- 오늘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빈곤을 초래하고 이것이 현대판 노예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분쟁은 민간인들을 이재민으로 만들고 그들은 인신매매와 노예화에 더 취약해집니다. 집을 잃은 이들은 고용이나 대피처를 약속하는 인신매매범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빈곤층이 착취당하기 쉬운 환경이 증가할수록 현대판 노예제도도 확산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들을 사랑하시며 IJM을 통해 그들을 돌보실 것이라 믿습니다.
- ‘정의를 위한 용기’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대표님은 성공이 보장된 길을 떠나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좁은 길을 걸어왔다. 그 정의를 위한 용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고 온 우주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저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정의와 사랑 자비를 추구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그분과 올바른 관계 안에 있다는 확신은 제게 큰 용기를 줍니다. 모든 상황이 순조롭지는 않더라도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하심을 믿을 때 힘이 생깁니다.
또한 용기는 기도하며 살아가는 동료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때 더욱 커집니다. 우리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게서 힘을 얻습니다.
매일 한 시간 동안 기도 제목을 나누고 개인 기도와 하나님과의 대화로 시작한 후 함께 기도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약속, 믿음의 공동체 그리고 기도 속에서 용기를 얻습니다.
- 지난달 29일 안창호 인권위원장도 만났는데 무슨 대화를 나눴나.
안창호 인권위원회 신임 위원장과 뜻깊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한국의 리더십을 주목하고 있으며, 인권 문제와 현대판 노예제, 아동 학대 등 심각한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하며 인권위원회와 IJM의 협력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위원장님도 이에 큰 관심을 보이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IJM과 협력해 문제 해결에 나설 의지를 밝혔습니다.
- 한국의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어떻게 IJM사역에 협력하고 기도하며 도울 수 있을까?
저는 폭력과 노예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장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기 어려운 곳이지만 모든 한국교회 성도들이 직접 그곳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그곳에서 활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피해자를 구출하고 회복을 돕는 이들을 위해 교회는 자원을 마련하고 기도로 함께해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 교회가 절박한 이들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에 동참하는 길입니다.
- 마지막으로 IJM의 목표와 기도제목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공유해달라.
한국교회가 IJM이 폭력과 고통의 현장에서 사역할 때 우리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아픔을 직시할 용기와 자비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제가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IJM은 가난한 사람들을 폭력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사명이라 믿습니다. 이 사역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도록 하나님께서 주시는 용기로 충만하고 늘 모든 임직원들이 성령의 보호 안에 있기를 함께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